휴전 감시의 산실 비엔호아 본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에호아」에는 국제 휴전 감시단(ICCS) 제5관할지역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마침 「사이공」의 ICCS본부가 지난 16일에 있은 「안록」부근에서의 비무장 미군 「헬리콥터」 피격 추락사건 조사문제를 놓고 연일 열 띈 대립을 벌이고 있는 때라 이곳 ICCS본부의 관심도 그 곳으로 쏠리고 있었다.
4자 공동 군사위원회 내부에서 미국·월남 측과 월맹·「베트콩」간에 격화되고 있는 문제를 최종적으로 다루고 있는 때를 택한 셈이다.
「사이공」과 「비엔호아」를 잇는 「하이웨이」에는 대소간 교량주변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초소에 띄엄띄엄 월남군이 졸리는 눈으로 경비를 하고 있다. 다만 줄기차게 시선을 끄는 것은 월남국기의 물결이다.
도로변의 주택은 물론 초소·전보대·도로표지판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꽂을 수 있는데는 모두 월남 기가 꽂혀 있다. 다만 공장지붕 위에는 숫제 「페인트」로 국기를 그려 놓았고 월남군 병사의 묘지에도 여러 곳에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현재 월남군이 관장하고 있는 「비엔호아」 못 미쳐 거대한 「룽빈」 미군기지는 황량해 보였다.
「비엔호아」에 들어서며 첫 눈에 띄는 것은 영어와 월남어로 된 말끔한 간판이었다. 국제휴전감시위원단의 「비엔호아」지역 본부였다. 건물은 「비엔호아·클럽」이라는 「호텔」을 빌어 쓰고 있었다. 한문으로 『「비앤호아」대주점』이라고 크게 써 붙인 것으로 보아 중국인 경영의 「호텔」인 듯 했다.
휴전감시위원단 건물은 10여명의 경찰관과 약간의 군인이 경비하고 있었다. 2층에 있는 감시위원단 사무실로 올라가려 하자 경찰관이 가로막고 용건이 무어냐고 묻는다.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감시위원단 책임자를 만나려한다고 일러주니 안 된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비엔호아」 감시위원단 단장인 「빌·마셜」이라는 「캐나다」군 대령의 지시에 따라 기자는 본부사무실에 얼씬도 하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사무실에 접근할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는 참에 마침 2층으로 올라가려는 2명의 「헝가리」장교가 눈에 띈다.
옳다구나 하고 바싹 다가가 인사말을 건넬 틈도 없이 언제 배치됐느냐고 대뜸 말문을 열었다.
한국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한국기자가 이런 데까지 왔느냐는 듯이 약간 놀란다. 20대의 젊은 장교였다. 계급과 이름을 물으려 하자 월남경찰이 뛰어와 일체 대표들은 기자와 대화를 못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대화를 중단시켰다.
「헝가리」장교는 아무 소리 않고 2층으로 올라섰다. 기자는 일체 대표를 어디서나 만날 수 없고 단지 아래층 식당 안에 들어가 점심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식당에는 마침 「캐나다」기자 5, 6명이 앉아 있다. 자기들도 나와 똑같은 신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 한 기자가 좀 기다려 보면 「비엔흐아」 책임자가 식당으로 내려 올 것이니 같이 기다리자고 했다.
지금 2층에서 중대회의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헬리콥터」 피격사건을 조사하러 갈 것이냐 하는 문제를 심각히 토의하고 있으며 「사이공」 ICCS 본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고 했다.
ICCS는 본래 2월 20일 이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JMC (4자 공동군사위) 공산 측 대표가 반대하는 바람에 조사를 않기로 했다가 다시 2월 23일 ICCS가 조사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베트콩」측 대표가 JMC조사단을 받아들일 용의는 있으나 ICCS대표단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한 때 ICCS조사계획이 취소된 것이라 한다. 무료하게 죽치고 있으니 「캐나다」대표가 나타났다. 구세주가 온 기분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문제의 「마쉬」대령이 아니고 「안록」지구 국제감시위 부대표의 하나인 「마로니」대위였다.
자기는 「헬리콥터」 피격사건 조사문제를 「비엔호아」지역 본부에 협의하기 위해 오늘아침 「안록」지역에서 이곳으로 비래 했다고 말했다.
의의로 좋은 자료를 얻을 수 있구나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마로니」대위는 자기는 「안록」 ICCS지구에 배치되도록 되어있으나 4자 군사위원회가 아직 그 곳에 들어와도 좋다는 통보가 없어 자기 「팀」은 「안록」에는 못 들어가고 「람손」에 임시로 진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안록」으로 들어가는 신변 안전보장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으며 아마 다음 주 쯤이나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안록」 지구에는 「캐나다」측에서 자기를 포함하여 두 명의 장교가 배치돼 있고 「인도네시아」 「헝가리」「폴란드」측도 각각 두 명의 장교가 나와 있다고 했다.
8명의 장교로 어려운 휴전협정 위반사건을 전부 조사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미소를 지을 뿐 대답이 없다.
밖을 내다보니 「인도네시아」 「폴란드」 「헝가리」 「캐나다」대표들이 가방을 들고 왔다갔다 부산하다. 아마 새로 배치되어 오는 사람이나 임지로 떠나는 사람들인 듯 했다.
「인도네시아」 대표는 파란색 야전복 차림이며 「캐나다」「폴란드」대표는 정복차림이다.
「헝가리」 「폴란드」대표들은 요란한 제복에 별이 번쩍이는 계급장을 붙이고 있었다. 아무리 뜯어봐도 계급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어 경호를 담당하던 월남 경찰에게 물어 봤지만 그 역시 모른다는 대답이다.
이들의 또 한가지 특징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카메라」를 둘러메었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휴가 나온 군인들을 연상케 하는 차림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