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석가 탄생지 룸비니 대규모 성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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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석가세존하면 의례 인도부터 연상하는게 우리들의 상식. 그러나 석가의 탄생지는 정확히 말해서 지금의 「네팔」 왕국 남부지방에 있는 「룸비니」이다.
이곳은 『「히마반튼(설산)의 기슭」. 예전부터 「코사라」국에 속했던 땅』(출가경)이라고 소개했던 「카필라」 성에서 북방으로 30km 지점. 「카필라」 성주 정반왕의 맏아들이 이처럼 동떨어진 곳에서 태어난 데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석가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친정에서 출산할 요량으로 길을 떠났다가 바로 「룸비니」 사라쌍수 밑에서 그를 낳은 것이다.
지난 16일 일시 귀국한 홍수희 「네팔」 주재 총영사는 「네팔」 정부가 최근 이 일대를 성역으로 지정, 1천2백만 「달러」(한화 5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공사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네팔」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2백만 「달러」 정도. 나머지는 세계 각 국의 불교도들이 보내는 성금으로 충당할 예정인데 이미 「타이」가 1백만 「달러」를 내놓았고 일본 불교계에서는 6백만 「달러」 이상을 기부할 눈치이므로 어려움은 별로 없다고.
국내의 불교계가 이 계획을 알게 된 것은 홍총영사가 이번 귀국길에 「룸비니」 개발위원회에서 기증한 금불상을 가져온것이 계기. 「룸비니」 개발위는 또한 한국 불교계에서 비용만 부담한다면 성역 안에 한국식 절을 지어주겠다고 특별배려를 했다.
8백만 신도를 자랑하는 셈치고는 퍽 귀가 어두운 편이었으나 어쨌든 각 불교 종단에서도 곧 성금 모으기 운동을 벌일 듯이 보인다.
현재의 「룸비니」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성탄지 바로 위에 자그마한 기념관이 하나있고 기념관 왼편에 2천2백여년전 「아쇼카」 왕이 세운 월한기념탑(높이 5m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사라쌍수가 점점이 나있는 맨 위에 흰 「페인트」를 칠한 목제로 둘러싸여 있는 성탄지는 보는 이들에게 경건한 느낌보다 오히려 광활한 무상감만 갖게 한다는 것이다.
「룸비니」까지의 교통편은 장마철인 4월부터 9월까지는 완전히 끊기는 형편이다.
말하자면 1천2백여년 전 신라의 혜초스님이 「왕오천축국전을 쓰면서 참배했던 때와 거의 다름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유서깊은 성지가 이처럼 엉성한 대접을 받는데 대해 제일 먼저 들고 일어난 사람은 「우·탄트」 전 「유엔」사무총장이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년 4월 「룸비니」를 참배한 후 대규모의 성역화 작업을 제의, 「네팔」 정부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처음 작성된 계획은 총 공사비 6백만 「달러」 정도의 소규모였다. 「네팔」 정부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본격적으로 시작할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한데 일단 계획이 공표되자 일본 불교계에서 6백만 「달러」 전액을 희사하겠다고 나서는가하면 「타이」 「싱가폴」 등 다른 나라에서도 『너희들만 불교 신도냐』고 골고루 부담하기를 고집하는 의외의 사태가 벌어졌다.
따라서 성역화계획을 두배로 늘리지 않고는 각국 불교도들의 성금내기 경쟁을 무마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불교계에서는 홍용영사가 일깨워 줄때까지 계획 내용을 잘 몰라 아직 한푼의 성금도 내놓지 않은데 반해 이 계획의 일환인 「바이라와라」 공항확장 공사는 수백만 「달러」씩을 희사한 일본의 업자들을 제쳐놓고 한국건설회사가 맡았다는 것이다.
「룸비니」에서 15k 떨어진 이 공항은 성역화작업이 완성되면 밀어닥칠 순례자 및 관광객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대규모 확장공사를 진행 중인데 현재 고려개발주식회사(대표 김지붕)가 도맡고 있다.
앞으로 성역화사업이 모두 끝나면 순례자들은 수도「카트만두」에서 40분만에 「바이라와라」 공항에 도착, 대기 중인 「버스」편으로 20분 안에 「룸비니」를 볼 수 있게 된다.
「네팔」 정부는 순례자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호주머니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는 눈치라 한다.
예컨대 「룸비니」 개발계획에는 8평방km의 성역조성 외에 거대한 초현대식 건설도 한몫 끼여있다.
성탄지 이외에도 녹야원 「카필라」성 등의 유적을 한데 연결함으로써 최소한 2박3일의 일정을 잡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는 얘기이다. 「네팔」정부의 속셈이야 어떻든 간에 각국 불교도들의 성금보내기 운동은 대단하다. 심지어 지난 71년 2월에는 「타이」 「버마」 일본 등 6개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이 모여 「룸비니」 개발후원회를 결성하기까지 했다 한다.
지난해 6월 총영사관을 개설하면서 부임했던 홍용영사는 「네팔」정부가 이 계획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있다고 재삼 강조, 이 방면에서의 협조가 양국 정부의 우호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충섭기자>@@홍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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