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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주자 후보들의 24시간|야당후보 J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후보 J씨는 며칠째 막걸리 집을 돌면서 마신 술기운 때문인지 무척 목이 말랐다. 자리끼를 벌컥벌컥 마시고 벌떡 일어난 J씨는 몸차림을 한 뒤 조용히 앉아 하루 일정을 구상했다. 아무래도 또 하나의 야당후보 K씨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찜찜했다.
벌써부터 당원과 친지들이 몰려들었다. 평균 매일20명. 아침까지 걸러가며 함께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만나고 따로 만나야할 사람까지 만나다보니 10시가 가까워졌다.
매일아침 10시 전략회의를 위해 J씨는 선거사무소로 출근했다.
당 간부들로부터 타 후보의 동향, 하루계획 등에 관해 보고를 받은 뒤 사무장에게 누군가를 만나라고 활동지침을 지시해놓고 사무소를 나섰다. 우선 다방순회를 하자는 것. 한 다방에 20분씩 대여섯 군데를 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차를 마신다. 차 값은 J씨가 낼 때도 있으나 다른 사람이 내기도 한다. 인사가 끝난 뒤 J씨가 하는 말은 항상 똑같은『아무 말씀도 못 드리겠습니다』-.
선거법의 제한 때문에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데도 가끔 오해가 따른다.
오랫동안 J씨와 가까웠던 몇 몇 사람이 뒷전에가『전에는 그렇지 않던 사람인데 출세하더니 많이 변했다. 내게는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해도 될텐데 사람이 거만해졌다』는 얘기를 한다는 것. 12시쯤부터는 시내 번화가를 목적지 없이 왔다갔다한다. 그러다 보면 지면 있는 사람과 마주쳐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누고 말없는 말을 하게된다. 이렇게 한 시간쯤 돌아다니다 허기를 느낀 모양.
점심식당에서 만나는 안면 있는 사람에게도 『아무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점심을 끝낸 뒤 수건을 사러 시장으로 갔다. 시장에서 알만한 사람을 만날 수 있으려니 해서 가는 것 같다. 『사람을 좀 만나야겠는데 도무지 만날 기회가 없으니 선거운동을 할 재간이 없다』는 게 J씨의 말이다. 시장에서는 그래도 2O여명의 사람과 악수를 나눌 수 있었다.
선거구가 아주 넓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닌다.
이렇게 대낮의 보행작전. 산보전술이 끝나 하오4시 선거사무소로 돌아왔다.
두 시간 가량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고 대개의 직장이 끝나는 저녁6시 다시 아침과는 다른 시내 다방 서너 군데를 한 시간 남짓 돌아다녔다. 아침과 비슷한 일을 반복한 뒤 저녁 어스름이 깔릴 때부터 막걸리 집을 순회했다.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다 전에 눈이 나빠진 일이 있어 한군데서 꼭 한사람씩만 마신다. 이날 저녁에는 마침 당 선거대책 회의가 있어 세 군데만 들러 8시 반 선거사무소로 돌아 왔다. 다른 때는 대개 일일평가회의 시간인 밤10시까지 막걸리 집 7·8군데를 순회한다.
선거대책회의에는 당원 약 1백50명이 모였다. J씨는 선거법위반이 없도록 주의하라면서 『선거사무원은 옛날 식의 운동보다 연합이 주임무이며 따라서 선거분위기를 잘 감시 해달라』고 당부했다.
J씨는 특히 「모 당 사람들이 우리를 사이비야당이라고 욕하는 모양인데 그런 것은 야당세력을 양분하는 짓이란 점을 강조한다』고도 했다.
대책회의가 끝나고 당원들이 돌아간 뒤 여느 때 같이 간부들과 참모회의를 마치고 귀가했다.<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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