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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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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7일선은 선거운동의 엄격한 규제로 후보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생소하다.
지난날의 선거에서 있었던 후보중심의 득표운동은 모조리 법에 의해 묶였다.
정당활동만은 선거운동과 구분돼 규제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마치 선거는 정당만의 농사철 같다고들 한다. 후보자들은 유권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는데 머리를 짜고 있다. 공명을 지향하는 새 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체질은 어떤 것이 될까, 2·27일선의 단신을 엮는다.

<궁금증은 강원정가 기상>
공화당의 「의외공천지구」는 낙천 뒷 얘기가 선거전보다 더 화제.
춘천에선 김진만·김재순씨의 낙천에 각계의 반응이 엇갈려있다.
두 김씨의 영향력이 크게 미쳤던 관청가와 지방업계에선 어리둥절해 하며 낙천의 뒷 얘기를 서로 수소문들.
두 김씨의 앞으로의 거취, 그리고 9대 국회에선 누가 강원도의 거목이 될 것인가를 점치기에 바쁘다.
삼척지방에선 김진만씨가 떠나고 나면 지역개발이 더디잖을까고 걱정하는 일부 사람도 있고-.
춘천 시중의 다방가에선 공화당의 정일권 당의장이 속초로 내려오게 돼 강원도개발문제는 더 큰 힘을 얻게 됐다느니, 강원도 출신 의원간의 세력경쟁 같은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등 참새족의 심심찮은 점치기가 한창이다. 【춘천·장성】

<낙천소식에 놀란 20년 아성>
낙희재문의 멤버에다 공화당정책위의장으로 진주-진양에 소왕국을 건설했던 구태회씨의 퇴진은 놀라운 소식이었다.
선거준비로 분주하던 진주시 지구당엔 정 위원장의 낙천뉴스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당원들의 확인전화가 12일 온종일 계속됐다.
낙희재문의 사원 가족, 친지들도 낙천이유와 앞으로의 거취 등 저마다의 궁금증을 풀어보겠다고 당사에 한번씩 들러 정작 후보자의 선거 「아지트」보다 더 붐볐다.
시중에선 구씨의 퇴진을 섭섭해하는 이와 5대째나 독점해 왔으니 비켜 설 때도 됐다는 사람간에 서로 핏대를 올리기도 했다. 【진주】

<결혼할 사람 조사하기도>
새 선거법의 선거운동 규제 때문에 「주례운동」이란 색다른 선거용어가 등장했다.
이것은 후보자가 미리 선거구민 중 2월달에 결혼할 사람들을 조사해서 그 주례를 스스로 청탁해서 맡는다.
주례라는 이름으로 많은 유권자를 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고 가능하면 경비보조도 해서 피로연 자리를 만들게 해 결혼식 하객인 유권자의 접대까지 할 수 있어 선거운동이 아니지만 득표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젊은이들은 『빨리 장가나 가야겠다』는 농담을 주고 받고-. 【전주】

<지역 안배 안된 여야공천>
「정치공백지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2개 이상의 지역구가 합쳐진 곳에서 어느 한 지역에서만 공화·신민·통일당의 공천자가나와 자기 고장에서는 정당공천후보가 없는 현지 주민들이 그들 지역을 가리켜 하는 말.
그 대표적 「케이스」가 충남의 공주-논산지구와 전북의 이리-익산-군산-옥구지구.
공주-논산의 경우 이병주(공화)·박찬(신민) 김달수(통일)씨가 모두 공주출신이고 논산사람은 모두 공천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여야가 지역을 나누어 공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라는 것이 논산쪽의 아쉬운 표정.
이리-익산-군상-옥구의 경우도 채영철(공화)·김현기(신민)·윤택중(통일)씨 등이 모두 이리-익산 출신이고 군-옥 출신은 무소속 출마자 밖에 없어 공당과는 연분이 안맞는 모양이라고 쑥덕댄다.

<북 공·남 무소속의 각축>
제주에선 현오봉씨의 공화당 낙천, 신민당의 당외 공천 뒷 얘기와 함께 후보자가 북제주에 몰려 선거전이 치열해 질 것 같다는 예상들.
후보자 출신지를 보면 공화당의 홍병철 후보가 북제주군 한림면, 신민당의 김택환 후보가 북제주군 조천면, 통일당의 이일호 후보가 북제주군 한경면으로 3당 후보가 모두 북제주.
여기에 공화당 공천신청을 포기하고 탈당, 무소속으로 나선 양정규 후보도 북제주군 축산면 출신.
신민당 공천경쟁을 마지막까지 하다 낙천한 강보성씨는 낙천발표 직후인 11일 항공편으로 내려와 이날 하오3시반 그의 집에 남제주 지구당 대의원 60명을 모아 신민당 지구당 해체 결의를 하고 바로 도선관위에 해체 신고를 냈다.
그는 등록을 하면서 정당후보가 모두 북제주니 나는 남제주의 공천후보라고 기염.
그러나 마감날인 14일 8대 때 신민당 공천으로 입후보했던 남제주의 강대헌씨가 무소속으로 등록해 남제주도 무소속 경쟁지역이 됐다. 【제주】

<여·야 후보끼리 부탁합니다>
후보자들은 모두 득표운동방법이 막연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지역에 따라선 탈법운동보다는 후보자끼리 같은 정도의 최소한의 운동만을 하기로 하는 협정을 맺는 곳도 생길지도 모른다.
서울 성북구서 공화당 공천을 받은 정내혁 후보는 이 지역 야당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천인사를 했다는 것. 정 후보와 신민당의 고흥문 후보간의 대화를 고씨의 전언에서 옮겨 보면.
▲정 후보=뜻하지 않게 성북구에 나서게 됐습니다. 경험도 없으니 도와주십시오. 나로선 법 테두리 안에서 운동을 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고 후보=공천을 축하합니다. 선거운동 얘기가 나왔읍니다만 나도 오늘 등록을 하면서 지구당 상감위원 동책회의를 했는데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당원들에겐 미안한 생각이 듭디다만 평소 때도 으례하던 회식조차 안하고 헤어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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