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향가의 작자는 설화의 가공 인물|강원대 최철 교수의 새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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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라 「향가」의 작자에 관해 부정적인 새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14수의 향가의 작자를 역사상의 보존 인물로 보던 종래의 학설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오히려 그 작자를 「설화상에 나오는 가공의 상징적 인물」로 보는 해석이 그것이다.
강원대 전임 강사 최철씨가 제기한 이 새 해석의 주장은 최근 그의 『신라가요와 그 작자연구」 융천사·월명사·충담사와 그 작품』이란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 논문은 연세대 인문 과학 연구소가 간행하는 「인문 과학」27, 28 합 집에 수록된 것이지만, 최씨는 이미 71년에 강원대의 「연구 논문집」 5집에서 『향가와 그 작가에 관한 연구』, 72년 「연세 국문학」 3집에서 『신라 가요 작자의 연구』에서 이 같은 가설을 내세운 바 있다.
이번의 논문은 특히 융천사의 「혜성가」, 월명사의「제망매가」·「도솔가」 그리고 충담사의 「찬기파랑가」·「이안민가」에 대해 논하면서 이들 작품의 성립동인·작품 내용은 물론 이에 관련된 설화의 원의를 파악함으로써 작자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즉 신라가요가 고도의 상징과 비유에 의해 만들어진 점을 분석한 끝에 그는 몇 가지 새 해석을 도출했다.
「혜성가」에서 혜성 즉 유성은 일본 병의 침입이다. 심대성은 28숙중 심숙의 대성인데 이는 신라의 경주를 상징한 것으로 작품 제작 연대를 진평왕 45년 (623년)으로 짚었다.
거열랑·실처랑·보동낭세 화랑은 침입한 왜병을 물리친 호국의 영웅이며 그 공덕을 해에 비긴 것이다. 이 같은 혜성·정성·달·해 등 천체를 통솔하는 인물을 융천사로 명명했는데 여기서 융천은 역사적 인명이 아니고 어윤적의 지적처럼 「융천하지대사」인 것이다.
이에 사를 붙인 것은 국가를 구한 위인이기 때문이며 반드시 승려 또는 화랑 신분의 표현은 아니다. 또 월명과 충담의 작품에는 「도솔가」와 「이안민가」가 핵심이다. 「도솔가」에서 두해가 합께 나타난 것은 왕당파와 반왕당파의 대립 갈등을 말한 것으로, 그 작자를 월명으로 본 것은 왕당 즉 일과 반왕당 즉 월을 상징한 것으로 둘 사이를 온당하게 해 나라의 어지러움을 밝힌 것으로 보았다. 「이안민가」는 왕에게 치국의 이를 밝힌 것으로 충담도 그 뜻의 상징이다.
월명의 제망매가는 「찬기파랑가」와 함께 사모의 노래. 즉 형제간의 사정을 나타낸 것으로 작자 명은 형제를 상징해 일을 오빠, 월은 죽은 누이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향가가 모든 사건의 고도한 상징화로 이루어지는 때문에 그 작자 역시 고유의 실재 인물이 아니라 성립동인의 설화와 가요의 주제가 관련돼 붙여진 것이라고 최씨는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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