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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 세금 줄이기 묘수 찾기 … 비과세·절세형 노려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자산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올해부터 개인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분을 근로소득, 임대수익 등과 합산한 뒤 종합소득세율(최고 38%)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20만 명 이상의 자산가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절세 방법의 기본은 과세 기준(2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금융소득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소득이 특정한 해에 집중되지 않도록 적절히 분산하거나 증여 등으로 재산을 가족에게 미리 나눠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

#1 대기업 임원인 김모씨는 최근 연말 배당을 앞두고 보유 중이던 지역난방공사 주식 1000주를 모두 처분했다. 김씨가 갖고 있던 주식들 중에서 배당 유망주로 꼽히던 것이다. 지역난방공사의 지난해 배당액은 보통주 한 주당 3750원. 지난해 수준으로 배당한다고 가정할 때 스스로 375만원을 포기한 셈이다. 김씨가 주식을 판 것은 배당을 받을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김씨는 주식 외에도 채권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절세 방안을 고민하다가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식을 판 것이다. 그는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배당을 포기해야 하는 점은 아쉬웠지만 다른 펀드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을 환매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줄일 수 있어 그나마 만족한다”고 말했다.
 
#2 자영업자인 이상철(52)씨는 10억원가량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 최근 그는 원천징수내역 조회를 통해 올 1월부터 지금까지 2500만원 넘게 금융소득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해 기준(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대로라면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기준금액 초과분인 500만원에 세율(21%)을 적용한 금액인 100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민하던 김씨는 이달이 만기인 정기예금을 내년 1월에 찾기로 했다. 한 달치 이자를 받을 순 없지만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점검하고 또 점검해라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private banking)센터 팀장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원천징수내역에 대한 조회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래 중인 금융기관이나 PB센터를 방문하면 한 해 동안 자신의 금융소득이 정확히 얼마 정도 될지 알아볼 수 있다. 원천징수내역 조회를 한 뒤 이를 합산해 최대한 2000만원 이하로 유지하는 게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줄이는 기본이다.

신 팀장은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로 5억원을 운용 중인 한 고객이 9월 말에 찾아와서 예상 조회를 했더니 1800만원이 나왔다”며 “남아 있는 3개월 동안 그대로 놔두면 370만원 정도 이자가 추가로 발생해 2000만원을 초과하게 되길래 비과세 상품으로의 분산투자를추천했다”고 전했다.

그가 추천한 비과세 상품은 장기저축성 보험인 ‘즉시연금’과 국내 주식형 펀드. 즉시연금은 개인당 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그 고객은 신 팀장의 조언에 따라 투자금액 5억원 중 2억원은 즉시연금으로 옮기고, 나머지 3억원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위 사례에서처럼 투자자 개개인이 얼마만큼의 금융소득을 올릴지 사전에 파악하는 건 절세의 기본이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들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점검 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점검 리스트는 ‘2년 또는 3년 만기 정기예금이 있는가’ ‘배당을 많이 지급하는 주식이 있는가’ 등 10여 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원천징수내역 조회 결과 연간 예상 금융소득을 1800만~1900만원 선으로 맞춰놓는 것도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주식을 비롯한 배당수익을 깜빡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정 하나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확정금리 상품은 만기 시점 이자가 얼마 쌓이는지, 해외채권 결산일은 언제인지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일부러 재산을 줄일 순 없기 때문에 종합과세 구간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稅)테크 방식도 각양각색
금융소득을 줄이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것은 연말 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찾지 않거나 만기 전에 중도 해약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자를 줄일 수 있어서다. 예금 자산을 자녀나 다른 가족에게 증여해 이자 수익을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 만기가 3년인 ELS(주가연계증권)처럼 만기 때만 금융소득이 집중되는 상품의 경우 만기를 피해 중도에 환매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환매수수료(5% 선)를 감안해야 한다.

양수경 신한PB이촌동센터 팀장은 “목표 수익률 외에도 환매 시점에 자산과 더불어 이자소득의 비중을 한번 더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항상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 삼성증권 선임연구위원은 “과세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처음부터 세금을 감안하고 투자한다”며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자산가 대부분은 이미 세금 리스크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한 상태”라고 말했다.
 
안전한 자산관리로 투자 흐름 변화
전문가들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춘 게 재테크 지형도를 바꿔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원한 한 PB는 “지난해처럼 4000만원이 한도였을 땐 연말이라도 3개월짜리 3.5% 특정신탁 가입을 권했는데 이제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비교적 안정지향적인 자산가들도 별다른 고민 없이 ‘금융소득 4000만원’까지는 금리가 높은 상품을 쫓아 가입했는데, 이제는 비과세 상품인지 여부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는 의미다.

양수경 팀장은 “최근 들어 안전한 자산 관리 쪽으로 자산가들의 투자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절세·비과세 상품에 시중 자금이 집중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금리 동결이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전년보다 낮아진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자들은 주로 ABCP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신용등급이 좋은(A2 이상) 어음이라면 연 3.5~4% 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치주 사모펀드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우성윤 러셀인베스트먼트 이사는 “펀드는 환매가 가능한 데다 비과세여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자산가들의 자금이 어느 정도 유입될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이은정 팀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다 보니 연기금도 주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론 미국의 양적완화가 유지될 전망인 만큼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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