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칠전팔기…고령 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대학교를 과녁한 형제의 끈질긴 집념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올해 서울대 입학 시험에 합격한 3천1백40명 가운데 최고령 학생은 사대사회교육과(역사전공)의 이성원군(27·서울동대문구답십리2동52의5).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9년만에, 대학시험 4번만에 영광을 차지했다. 그의 형 이창원군(29)도 6년만에 서울사대 사회교육과(역사전공)에 입학하여 오는 2월26일 졸업하게된다.
『9년만에의 입학이라니 부끄럽습니다.』
성원군은 경기중·고교를나왔다. 고교재학중 몸이약해 공부에 집중할수 없었던것이 그를 지각생으로 만들었다. 65년 졸업하던해에 서강대영문과에 응시했으나 의외로 낙방했다. 자신의 실망도 실망이지만 친구와 선배를 볼 낯을 잃었다. 모두들 손가락질하는것 같았다. 1년뒤 서울대문리대영문과에 지원했으나 또 실패했다. 이때 그가 받은 충격은 건강을 크게 해쳤다.
대학입학을 무기한으로 미루고서라도 건강을 찾아야했다. 1년6개월동안 산에 오르는등 건강회복에 온갖 정성을 다했다. 68년1월 다시 응시하려했으나 형 창원군이 말렸다.
또다시 실패할경우 동생의 건강을 영영 찾지못할것이라는 걱정때문이었다. 성원군은 68년9월 육군에 지원입대, 백마부대로 월남에 파병되었다. 「정글」을 누비는 고된 전장이었지만 젊음을 몰두할수있었고 규칙적인 군대생활은 이에게 건강에대한 자신을 갖게했다. 늘 품에 지녔던 영어사전은 그의 외로운 벗이자 대학진학의 꿈을 심어주는 의지였다. 71년9월 귀국하면서 군복을벗었다.
2개월동안 전교과목을 훑어본뒤 응시하여 예비고사에 합격했다. 72년1월 서울대사대에 응시했으나 예상대로 불합격이었다. 그로부터 1년동안 수학·독일어등 본격적인 입시준비에 나섰다. 형과함께 쓰는 단칸방에서 밤늦도록 책에 파묻혔고 그럴때마다 형은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형 창원군도 63년 서울중·고교를 졸업, 내리2년동안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육군에 입대했다. 그는 68년5월 제대하여 69년1월 서울대사대에 입학한 지각생이었기에 동생에게는 자상한 「어드바이스」를 할수 있었다.
가정교사로 번돈으로 동생의 참고서를 사다주었고 한밤중 출출할때 곧잘 「라면」도 끓여주었다. 동생의 합격을 가장 기뻐한것도 형이었다. 형제는 성실하게 노력하면 열매를 얻는다는 귀중한 체험을 나란히 얻은셈. <김재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