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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이근영 금감위원장 함께 SK수사 관련 검찰총장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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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진표(金振杓)부총리 겸 재경부장관과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이 함께 지난 4일 김각영(金珏泳)당시 검찰총장을 만나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SK 수사 결과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SK 수사 외압설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 결과 드러났으며 '외압'과 '부처 간 협의'의 경계선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재인(文在寅)청와대 민정수석은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이 김각영 전 총장을 만나 이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면서, 정부가 그 영향을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수사 발표를 1~2주쯤 늦춰달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文수석은 "수사검사들과 수사책임자는 두 사람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거나 만난 사실이 없고 간부로부터 간접적으로 그 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수사속도와 발표를 늦춰달라는 의견으로 받아들였을 뿐 외압.청탁으로 여기지는 않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친 바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경제각료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른 정부 책임자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한 것은 정당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文수석은 전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이 金전총장에게 전화를 건 데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 적절치 않은 행위"라며 이를 사후에 보고한 李총장을 질책했다고 文수석은 전했다.

文수석은 대통령이 언급한 '오해'는 "해당 기업을 위한 청탁처럼 비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文수석은 인천지검 이석환 검사가 '다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SK측 변호사가 경제에 약영향을 미친 수사 간부가 문책된 사례를 거론한 것이 오해를 부른 것 같다는 게 차장검사의 해명"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재경부장관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을 만난 대목은 즉각 '외압이냐' '경제 파장을 고려한 정책 조율이냐'는 시비를 불렀다.

한나라당은 "고위 공직자의 검찰 접촉은 명백한 수사권 침해"(朴鍾熙 대변인), "경제 파장을 우려했다면 법무부장관을 통해 총장에게 공식 루트로 전달했어야 했고, 밀실협의 자체가 문제"(崔炳國 의원)라며 수사 외압이라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은 金장관과 李위원장의 경우는 정당한 일, 李총장과 관련해서는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며 외압과 정책조율의 경계선을 그으면서도 "두 경우 모두 비공개.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대한변협 도두형(陶斗亨)공보이사는 "정부 고위 인사가 검찰총장에게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말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수사기관에 대한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당한 의견 조율이었다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일이 비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외압이냐, 조율이냐의 논란과 별도로 사전보고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만일 사전에 보고했을 경우 盧대통령도 논란에 휩쓸리게 되기 때문이다.

盧대통령은 이날 저녁 자민련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검찰의 SK수사는)내게는 상당히 악재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검찰이 'SK 수사 착수'를 발표했을 때 盧당선자는 '수사검사가 SK와 감정이 안좋았든지, 새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을 알고 (검찰이)선수를 쳤든지 둘 중 하나 아니겠느냐'는 농반진반의 반응을 보이면서 경제적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대통령의 걱정을 알고 있던 해당 부처장들이 새 정부 출범 후 발벗고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李위원장은 "SK 분식회계가 시장과 채권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고 金장관에게 검찰총장을 만나자고 제안해 지난 4일 총장과 3자회동을 가졌다"고 말했다.

다은은 文민정수석의 이날 일문일답.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전달한 것은 옳은가.

"경제부처 각료들의 의견 전달은 정당하다. 다만 오해를 살까 두려워 비공개리에 하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SK 수사 발표 조절과 대선 자금 모금의 연관성이 있지 않나.

"우리가 부적절했다고 보는 부분이다. 해당 기업에 대한 청탁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기관장들이 검찰총장을 만나는 것을 앞으로도 용인하나.

"공식적.공개적인 정부기관 간 협의는 필요하다. "

최훈.이수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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