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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희망자들의 변|문전성시의 공천창구…각양 한 그 사연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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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를 치르자면 이래저래 많은 돈이 들고, 선거가 끝나면 또 선거구민의 뒤치닥꺼리가 밀릴 것이라는 게 국회의원을 지내본 사람들의 얘기다. 국회의원은 예전보다 훨씬 자중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다운 활기도 적을 것이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후보 희망자들은 문이 메도록 많은 까닭이 어디 있는 것일까.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낸 Y씨의 얘기는 이렇다.
『국회에 나가다 쉬니까 외롭기 그지없다. 사실 국회의원을 꼭 해야할 이유도 없고 하고싶은 생각이 절실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어울릴 친구가 없어져 버렸다. 더구나 선거 철이 되어 정치하던 주변의 친구들이 공천이다, 출마다 해서 부산히 왔다갔다하는 걸 보니 더욱 외로와 진다.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Y씨는 농장을 갖고있다)그래도 국회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야 사는 맛이 좀 있을 것 같아 출마를 결심했다. 말하자면 무도회에 몰려가는 동네 여자를 틈에 끼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Y씨는 그래서 정치하지 않던 사람이 새로 출마하려면 「진심으로」말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처녀 출마하는 사람에겐 그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대학을 마치고 회사과장으로 있으면서 이번에 기어코 출마하겠다는 P씨(36)의 말은 이렇다.
『의원의 임기가 6년으로 는 것이 입후보를 결심하게 한 큰 동기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나는 이번에 나서지 않으면 40에 가서나 기회가 생기고 만일 이때 실기하면 50대에 이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 키워온 꿈이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후생이 가외라, 점차 뒤에서 쫓는 후배들이 무섭기 때문이다.
패배의식이 차차 커지고 있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중학교나 대학에 다닐 때는「국회의원쯤이야…」라고 자신만만했었으나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모든 것이 어려워지고 정치는 더욱 힘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패배의식이 절망에 이르기 전에 뛰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결심하는 과정에서 고향선배인 K장관의 말이 떠올라 한동안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4,5대의원을 지낸 K장관은「길거리에서 동료의원이었던 사람을 만나면 남루한 몸차림을 한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어떤 이는 창피를 무릅쓰고 1, 2천원을 달라는 일이 있다」면서 정치는 만년에나 하는 것이라고 말해준 일이 있다. K장관의 이런 충고와 친구들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나서게 된 것은 결국「더 늦기 전에」때문이다.』
오는 25일부터 공천신청을 받아들이는 공화당의 공천경쟁률은 평균 10대1의 경쟁이 예상되고 있으며 신민당도 많은 곳은 5대1은 되리라는 당내 진단이다. 경북의 군위-부산-성주-소곡은 공화당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이 15명, 신민당 공천지원자가 6명, 무소속·기타 3명 등 모두 24명으로 전국최고의 경쟁지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자기들끼리도 적수가 누구고, 누가 나설지를 모를 지경이라는 것.
포항-영일-영천 지구도 공화당공천을 받으려는 사람이 전직의원 9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이며 신민당 공천희망자가 4명으로 도합 20명이나 되며, 경남의 김해-양산은 19명, 의령-함안-합천은 18명, 전남의 장흥-영암-강진-완도가 17명이나 된다.
공천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선거구가 과거의 1백53개에서 73개로 줄어든 것도 큰 원인이다.
그러나 군위-선산-성주-칠곡, 울산-동래, 마산-진해-창원, 장흥-영암-강진-완도 같은 고위층·실력자의 고향에 특히 공석희망자가 많은 것을 보면 출마보다도 낙천 된 후의 어떤 대상을 기대한 공천희망이 많은 것 같다는 얘기들이다.
선거에는 돈이 들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돈은 선거전에 있어서 실탄. 그러나 10월 유신으로 선거법이 바뀌어지고 돈 안드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 귀아프도록 되풀이되고 있다.
박정희 공화당 총재도 이번 선거에서 분위기를 혼탁하게 하는 사람은 여-야나 관·민이나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고 했으며 특히 공화당에 대해서는『당에서 돈을 주지도 않겠거니와 쓰지도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공화당 공천 자들이 당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은 선거기탁금 2백만원과 기타 경비 약 1백만원 등 도합 3백만 원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들을 하고 있다.
신민당이나 통일당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어려워 많으면 l백만원, 그렇지 않으면 20, 30만원 정도밖에 당으로부터 지원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들 한다.
71년 총선 때만 해도「3당2낙」으로 3천만 원 이상을 쓰면 당선권에 들어서고 2천만원대를 쓰면 낙선이 된다는 얘기였다.
철저한 공영 제에 완벽한 준법선거가 실시될 경우 금력 선거는 웬만큼 막아지리라고 보이지만 입후보 희망자들은『그래도 돈이 많이 들것』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어느 친여 계 사람이 이미 8백만원 썼다는 사실은 당무회의에도 보고했다. <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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