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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맛 서해, 알이 꽉 찬 동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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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보령에서 제철을 맞은 물메기로 끓여낸 매운탕(왼쪽)이 인기다. 주문진의 별미 도루묵 구이는 요즘 알이 꽉 찼다. [사진 보령시·중앙포토]

겨울을 맞은 바닷가는 제철 수산물로 넘쳐난다. 일본 방사능 유출 공포가 수산물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동해안과 서해안은 어획량이 예전보다 늘어난 데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포구마다 북적거린다.

 서해안의 겨울철 별미는 자연산 굴과 물메기(곰치·잠뱅이)다. 서해안 굴은 주로 갯벌에서 자라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자라 싱싱하고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자연산 굴은 양식보다 크기는 약간 작지만 육즙이 풍부해 화덕에 올려 구워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굴은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도 쓰인다. 채소와 섞어 만든 시원한 물회, 굴밥, 굴전, 보쌈 등 까다로운 입맛의 미식가들도 서해안 굴 맛을 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다.

이 가운데 태안 지역의 굴은 글리코겐이 많아 소화흡수가 잘되고 비타민과 미네랄, 칼슘 등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채취에 들어간 서해안 굴은 내년 3월까지 수확하는데 현지에서 1㎏(깐 굴 기준)을 1만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허옥순(66·여)씨는 “알이 통통하고 크기도 커서 회로 먹어도 좋고 어떤 요리에 사용해도 그만”이라고 했다.

 해장국으로 유명한 물메기도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됐다. 못생기고 살이 흐물흐물해 한때 버려지던 물메기는 시원한 맛 때문에 겨울철 바닷가에서는 해장국 재료 가운데 첫째로 꼽힌다. 특별한 비법도 없다. 다른 양념 대신 신김치만 넣고 끓이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해장국으로도 좋지만 바닷바람에 건조해 찜을 하기도 한다.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에는 ‘맛이 순하고 술병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10~20%가량 늘었는데 내년 3월까지 잡힌다. 보령 등 현지에서 1만원이면 3~4마리를 구입할 수 있다.

 강원도 동해안은 도루묵과 현지 어민이 양미리라고 부르는 까나리가 제철이다. 도루묵 요리는 구이와 찌개가 대표적이다. 구이는 굵은 소금을 치거나 양념장을 발라 굽는다. 찌개는 무나 감자 위에 도루묵을 넣고 갖은 양념을 넣어 끓이는 요리다. 도루묵은 산란이 가까워지면 알이 단단해져 식감이 떨어진다. 그 시기가 크리스마스 무렵이다. 도루묵은 2006년부터 시작한 자원회복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서 많이 잡혀 값도 저렴하다.

거진항을 중심으로 고성 지역 항구가 도루묵 대표 산지이나 강릉 주문진 등 동해안 다른 항구에서도 맛볼 수 있다. 산지 위판 가격은 1급(20마리)에 4000~8000원 정도다. 까나리도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생선이다. 동해안 까나리는 크기가 20㎝ 이상으로 서·남해안 까나리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하다. 까나리는 그물에서 떼어낸 후 곧바로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김치나 무 등을 넣고 조릴 경우 약간 말린 까나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속초항과 강릉 주문진항, 사천항에서 많이 나오며 위판 가격은 1급에 5000~7000원이다.

이찬호·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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