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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맡으라니 … 난 못해 MLB 안 가고 돌아온 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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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12년 4월 13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LG-KIA전. 5-5이던 11회 초 LG의 마무리투수 레다메스 리즈(30·사진)가 등판했다. 리즈는 스트라이크 하나 없이 볼 16개를 던져 4연속 볼넷을 내줬다. 프로야구 사상 최다 연속 볼 투구 기록을 남긴 채 LG는 6-8로 역전패했다. 최악의 피칭으로 자신감을 잃은 리즈는 마무리 보직을 반납하고 선발로 돌아왔다.

 LG 팬들에게 ‘4·13 사태’로 기억되는 리즈의 피칭은 재앙에 가까웠다. 그러나 LG 팬들은 ‘4·13 사태’ 덕분에 내년에도 리즈를 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10승13패, 평균자책점 3.06,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이닝 1피안타·무실점을 기록한 리즈는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왔다. 시속 160㎞ 안팎의 강속구를 던지는 그는 지난 3년간 LG에서 뛰며 제구력까지 좋아졌다.

 그러나 LG는 리즈와 재계약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백순길 LG 단장은 “지난 10월 리즈가 떠날 때 ‘일본을 가느니 LG로 돌아오겠다. 대신 메이저리그에는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서너 팀과 협상을 했는데 모두 불펜요원으로 쓰겠다고 했다더라. 리즈는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고 불펜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어 메이저리그 제안을 거부하고 LG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큰 상처였던 ‘4·13 사태’가 리즈가 LG로 돌아온 이유가 된 것이다.

 리즈를 잡은 LG는 내년 우승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LG는 자유계약선수(FA) 이병규(39·등번호 9)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주전에서 밀린 이대형(30)을 KIA에 내줬지만 사이드암 투수 신승현(30)을 받아 큰 손해를 입진 않았다. 또 LG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7)과 두산에서 방출된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김선우(36)를 영입했다. 김기태(44) LG 감독은 “팀이 상승세에 있을 때 후배들을 끌어줄 선배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는 매년 겨울 시끄러웠다. 큰돈을 주고 FA를 잡아도, 반대로 놓쳐도 화제를 만들었다.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동안 LG의 잡음은 커져만 갔다. 올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LG는 예년과 달리 효율적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 멤버를 먼저 단속하고, 비싸지 않은 전력을 사들였다.

 한편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오승환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 임창용(37)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08년 삼성을 떠난 임창용은 일본 야쿠르트를 거쳐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그러나 시즌 후 방출돼 입지가 좁아지자 삼성 구단은 “임창용을 만나보겠다”고 밝혔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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