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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통일주체국민회의의장 개회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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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친애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 조국의 산하가 남북으로 분단된지도 어언 27년! 그 동안 5천만 겨레가 몽매에도 잊지 못할 한결같은 소망이 있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갈라진 국토를 재결합하고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려는 것, 그것뿐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민족의 절실한 염원과 5천년민족사의 엄숙한 명령을 받들어 분단의 시대로부터 통일조국의 보람찬 새 시대를 개막하기 위하여 지금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한마디로, 분단이 제 손으로 자기 뼈를 깎고 자기 살을 저미는 아픔이라면, 통일은 강요된 연명을 극복하고 민족의 생존권과 조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우렁찬 민족의지의 발현이라 하겠습니다.
불행히도 지난날의 남과 북은 극단적인 체제의 예리한 대립으로 쌍방에 가로막힌 두꺼운 장벽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더 굳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국토의 분단은 우리가 원해서 된 것은 아닙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매 전후 처리의 일환으로서 열강들에 의하여 강요된 굴욕적인 추산이며, 동서냉전체제가 낳은 기형아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어느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고 냉전시대이고 해수시대를 따질 것도 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뿐 또 다른 길은 없는 것입니다.
분단된 국가가 스스로의 힘으로 분단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통일을 성취할 가능성은 없어지고 말 것이며 또한 분단 국가의 존재 그 속에 분단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때 그 의지를 행동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분단을 자각하지 않은 이상 하나로 통일되어야겠다는 강력한 민족사적 요청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하나의 국가로서 발전해야겠다는 강력한 우리들의 의지를 결코 저버릴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요청과 의지가 곧 우리민족이 생존해나가고 번영해 나가는 저력이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27년 동안 우리의 혈맥 속에 맥맥히 흘러온 통일의 숙망은 이미 강력한 통일의 의지로 의결되고 승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남북의 굳은 장벽을 뚫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 남북대화야말로 이제는 그 누구도 저해할 수 없으며 또한 중단되어서도 안 되는 민족의 지상명령이라고 굳게 믿는 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민족의 지상명령에 따라 남북대화를 적극전개하고 나아가서는 통일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먼저 제도와 체제의 재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10월 유신」의 당위성이며 민족사적인 요청인 것입니다.
이「10월 유신」의 이념을 반영한 헌법안은 전체국민의 열렬한 지지 속에 채택되었으며 조국의 평화통일은 이제 우리스스로의 힘으로 주체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할 우리의 국시요, 헌정의 지표로 확립되었습니다.
나는「10월 유신」을 계기로 우리가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데 있어서 이 통일주체 국민회의처럼 중대한 국가기관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공명정대하고 질서정연한 선거를 통해 발족하게 된 것은, 앞으로 계속해서 추진될 모든 유신과업의 발전적 전개를 위해서도 경하스러운 일이며 커다란 의의를 지니는 것이라고 믿는 바입니다.
국민회의는 평화통일을 위한 민족주체 세력의 집합체이며 우리가 하나의 민족으로서 통일되어야 한다는 민족적인 염원과, 또한 우리가 하나의 국가로서 떳떳하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국민사적요청을 서로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국가 최고의 주권적수임기관인 것입니다.
앞으로 대의윈 여러분들은 새 역사를 주도해나갈 영도자로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유신 이념에 투철한 국회의장의 일부를 일괄선출하며 통일에 대한 중요정책을 심의하고 국회발의의 개헌안을 최종적으로 의결확정 하는 등 중요한 국정을 다루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책임과 영예는 그 어느 기구의 대의원들보다도 무겁고 또한 크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비록 통일의 의지를 제도화하여 여기 통일주체국민회의를 구성하였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통일과업이 달성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통일의 주체이며, 민족주체세력의 핵심이라는 긍지를 갖고 통일의지를 집약화하고 조직화하여 이를 꾸준히 실 전해 나갈 때, 비로소 통일의 전망은 밝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국민은 여러분이 오직 민족적 양심과 역사적 사명감 에 투철하고 통일성업달성을 위해 앞장서서 헌신해 줄 것을 굳게 믿는 까닭에 국민의 충의를 모아 여러분에게 신성한 주권을 위임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각자가 개인과 지역, 특정정당과 계층의 이해를 초월하여 오직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신의와 성실로써 국민의 총화와 국민적인 체감을 정립하고 넓혀나가는 구심점이 되어서 국력을 조직화하는데 있어 명예로운 봉사자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 오늘의 어려운 내외정세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서 우리의 앞날에 안정과 번영, 그리고 통일의 영광을 가져오게 하는 새 역사참조에 기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분단의 비극이 결코 우리의 숙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자신과 용기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민족사의 진영을 개척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자기운명을 극복한 자가 가장 강한 자이며 최후의 승리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힘차게 추진되는 우리의 민족 지상과업이 여러분의 성실한 노력과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써 멀지않아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바 입니다.
그날이 오면 이것은 비단 우리 겨레의 기쁨과 영광일 뿐 아니라 이 지구상에 아직도 분단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다른 분단 국가 국민에게도 새로운 희망과 무한한 격려가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우리도 자기 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한 위대한 민족 가로서, 또 최후의 승리자로서 세계사의 주류에 떳떳이 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불굴의 투지와 굳은 단결로써 조국의안정과 번영, 그리고 평화통일을 위해 용감하게 전진합시다. 그리하여 민족의 정통성에 뿌리박은 통일한국을 구현함으로써 위대한 민족의 보람찬 영광을 길이 빛냅시다.
끝으로 대의원 여러분의 오늘의 영예가 무궁한 조국의 발전과 더불어 길이 빛나기를 축원하는 바입니다.
1972년12윌23일
통일주체국민회의
의장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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