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2년의 학계는 주목할만한 젊은 여성 신인들을 맞이했다. 64, 65년을 전후해서 대학을 졸업했던 30대 초의 여성들은 특히 두드러진 「그룹」을 형성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8년∼9년째인 이들 중 몇몇은 국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대학강단에 진출했고 다른 몇몇은 그 동안 닦아온 기반 위에서 착실한 학술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72년에 국내외에서 새로 배출 된 여성박사는 10여명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중 반은 의학박사이다. 그 외의 부문에서는 오용자씨(생물학·이대), 김경희씨(심리학·서독「튀빙겐」 대학), 박충경씨(경영학·서독「만하임」대학), 김식자씨(공학·미국「노드캐를라이나」대학),이혜중씨(중국문학·자유중국대만사범대학), 노영희씨(약학·미국「매서추세주」대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노영희씨(39)를 빼고는 다섯 명 모두가 64,65년도 졸업생들이다.
박사학위와는 무관하게 괄목할만한 학술활동을 벌인 사람으로는 역시 64년도 졸업생인 김화영씨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여자의 활동이 거의 없는 고미술분야에서 오랜 연구로 『백연와전도보』을 공저로 펴내었다.
해방전 단 2명이었던 우리 나라의 여성박사는 현재 1백 여명에 이르고있는데 이들 중 80명 정도가 의학박사이고 나머지는 문학·신학·영양학·약학·법학·사학·철학·경치·가정학 등에 빈약한 분포를 보이고있다.
이들 중에는 별다른 학문활동 없이 박사학위를 상징적으로 가지고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해마다 학계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들은 아직 미개척지이던 각 분야를 고루 보완하면서 여성계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72년 학계에 「데뷔」 한 여성들은 다음과 같다.
▲김경희(30)=64년 고대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대대학원을 마친 뒤 68년도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5윌 귀국했다. 학위논문은『독일아동의 시간개념과 시간 전망에 간한 연구』 .
귀국하자마자 경부여성대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대대학원에서도 강의를 맡고 있다. 강의 틈틈이「한국대학생의 미래전망에 관한 연구」 에 착수, 자료를 모아왔는데 73년도에도 이 연구를 계속해가겠다고 말한다.
▲김화영(30)=64년 이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이대박물관 연구원으로 일해왔다. 이대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끝내고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있는데 운화문에 대한 연구로 학지등에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면서 자리를 다져왔다.
「백제와전도철』은 국립 박물관장 황가영씨, 단국대 박물관장 정영호씨와의 공자인데 김화영씨는 이 책의 해설을 담당했다.
▲박영혜(30)=서울 물리대 불문과를 65년에 졸업하고 「파리」대학으로 유학, 71년 가을 『「볼테르의」중국의 고아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금년 봄 학기부터 숙대 부교수로 대학에 진출했다.
그의 학위논문은 73년에「프랑스」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오용자(32)=금년가을학기에「한국산 묘초속의 분류학적 연구』로 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4년 이대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마쳤고 68년부터 지금까지 모교에서 강사로 일해왔다.
금년에는 학위논문의 계속연구로『한국산 묘초속 식물의 잎의 표피형 연구』를 발표했으며 내년 봄에는 「묘초과식물도표」을 공자로 펴내기 위해 한창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이원순(30)=자유중국에서 여성에게 준 최초의 국가박사학위를 따 가지고 지난 11월 귀국했다. 64년 서울 문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도미, 「일리노이」대학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68년 중국으로 건너가 대만사법대학에서 공부했다. 학위논문은『수호전연구』.
내년 봄 학기부터 이대·서울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장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