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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합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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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합판업계가 경기를 되찾았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60년대 이후 연율 30 40%의 경이적인 수출신장률을 보여 온 합판은 해마다 우리 나라 수출총액의 10%에 육박하는 단일품목으로서는 단연 압도적인 수출의 총아로 군림하고 있는 판에 불경기가 웬 말이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71년은 합판업계 최악의 해였다는 것이 업계공통의 변이다.
우리 나라 합판수출시장의 90%이상을 점하는 미국이 70년도 후반의 「달러」위기로 전산업적 불경기를 겪는 바람에 건축경기도 현저히 둔화한데다 부두노조파업까지 겹쳐 수출시장의 심각한 교란이 일어났고 이는 그대로 국내 합판업계에 전염되어 도산 1보전까지 밀려가는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은 업체가 많았다.
수출가격은 업계의 「덤핑」까지 겹쳐 한때 30불대(1천 평방「피트」당)까지 내려간 데다 국내금융 긴축마저 곁들여 원목수입 금융결제를 위한 자금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업체가 수두룩했고 신흥 대명 등은 은행관리로 넘어가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71년 하반기에 「닉슨」의 경기자극을 위한 새로운 조치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미국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고 특히 연초이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모빌·홈」(이동식 간이주택) 건축 「붐」에 따라 합판수출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기존 10대 합판「메이커」들이 10월말까지 이룩한 수출실적은 자그마치 1억4천1백만 불로 이미 작년실적 1억3천2백만 불을 1천만 불이나 초과 달성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합판수출목표를 당초 1억4천7백만 불에서 서둘러 1억6천5백만 불로 늘렸는데 11월 한 달 동안 8백만 불의 실적이 더 늘어 앞으로 1천만 불만 더하면 무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10대 「메이커」의 시설 능력은 연산 41억 평방「피트」인데 10월 말 현재 생산은 30억8천3백 평방「피트」로 이중 국내용 시판은 15%인 4억5천7백만 평방「피트」뿐이며 나머지 85%가 전량수출에 충당되었다.
따라서 합판에 관한한 경기의 관건은 수출이 쥐고 있는 셈인데 작년과 같은 특별한 교란요인이 생기지 않는 한 장기적인 수출수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합판업계는 보고 있다.
10월말 실적으로는 시설규모가 가장 큰 동명이 4천1백만 불을 수출, 총 실적의 29%를 차지했고 대성이 3천1백만 불, 성창 1천7백만 불, 한국이 1천3백만 불, 태창이 1천만 불씩 수출, 상위 「그룹」에 들어섰다.
71년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던 청구는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저미하다가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단계에 들어 수출 2백만 불 선을 가까스로 넘었고 은행관리의 신흥 대명도 약간씩 기운을 차려 5백70만 불, 6백40만 불의 실적을 각각 올리고 있는데 은행관계자들은 내년 하반기까지는 거의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의 순조로운 신장 외에도 수출가격의 안정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연초이래 유지되어온 40 43불(1천 평방「피트」)선에서 앞으로 비수기를 맞아 약간 하회할 전망이다.
수출합판의 종류는 소판과 PF판(1차 가공)이 태반으로 가공도가 높은 합판은 거의 수출수요가 없다. 총 수출의 66%가 소판으로 수입상들은 대부분 2차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용도에 따라 자기들이 가공한다. PF판은 소판에 간단한 1차 가공을 한 것으로 3년 전부터 점차 수요가 늘어 올 들어는 총 수출의 33%인 4천8백만 불이나 나갔다.
올 들어 몇몇 회사가 소판 외에 2,3차 가공합판, 예를 들면 「프린트」합판이나 표면처리 한 고급합판을 시험 삼아 수출하거나 가구로 만들어 수출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성목재가 톱밥을 사용한 「칩·보드」를 개발, 70년 후반부터 시험 수출했고 동명도 올해부터 고 가공도 합판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성창은 목제 가구를 외국에서 주문 받아 만들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시험단계로 아직은 이렇다할게 없다.
시설증설이 행정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합판업계에서 새로 성창계열의 우도합판이 부산에 공장을 준공했는데 시설규모는 연산 5억 평방「피트」규모로 일반 합판보다는 비싼 특수 목으로 미장, 표면처리 된 특수합판을 주로 만들어 낼 계획이다.
합판공협 관계자들은 올해의 호황이 수출수요의 호조 때문이지만 그간의 환율인상, 수출가격 안정에 크게 덕보았다고 지적, 내년 경기도 20년래의 건축「붐」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시장의 호전으로 올해와 같은 호경기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전망이다.
다만 원가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원목의 적기확보나 수입상들의 가격조작(현재 국내에는 「에번즈 프로덕트」등 4,5개의 합판수입상들이 진출해있다) 그리고 일시적인 조업중단사태까지 빚고 있는 한비와의 요소접착제 가격 협상 등 몇 가지 문제점이 남아있으나 장기적으로 70년대 후반까지는 계속 합판이 편안한 장사임에는 변함없을 것 같다.<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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