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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성 잃는다" "먹이 부족 폐사" 민통선 두루미 먹이주기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기도 민통선 지역에서 독수리와 두루미 등 희귀조류에 대한 먹이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에게는 먹이를 주고 있는 반면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에게는 먹이주기를 중단해서다.

 한국조류보호협회는 지난달 23일과 지난 6일 두 차례 민통선 내인 파주시 장단반도 일대에서 독수리 먹이주기 활동을 했다. 수확이 끝난 논에 도축한 돼지 50여 마리를 놓아 두는 방식이다. 조류보호협회는 이번 겨울에 독수리에게 두세 차례 더 먹이를 줄 예정이다. 이 일대에는 지난달 중순부터 100여 마리의 독수리가 날아들었다.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는 겨울을 나고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연천군 등은 해마다 해오던 두루미 먹이주기를 올해 중단했다.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에는 지난달 중순부터 100여 마리의 두루미가 찾아왔다.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에 불과한 희귀 조류다.

 이에 대해 한국조류보호협회 한갑수(60) 파주지회장은 “해마다 먹이가 부족해 독수리가 폐사하거나 탈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먹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이석우(55) 상임대표는 “두루미에게 먹이를 주면 야생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52) 박사는 “월동지에서의 먹이주기 활동은 개체 수 유지에 도움이 되며 이로 인해 야생성이 퇴화한다는 것도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다”고 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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