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의 새 측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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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한미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한·미 통상에 관한 합의가 8일 「워커힐」에서 열렸다.
태 기획은 『한·미 양국은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상호이해로써 현명하게 해결해왔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차원에서 협력관계가 유지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고도성장정책의 추진과 10월 유신으로 정치·경제·사회의 안정을 이룩함으로써 외국투자가들의 사업활동 등을 더욱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비브」주한미국인사는 미국이 대한통상면에서 올해에 2억5천만「달러」의 결손을 보게 되었고, 미국의 대한원조 및 주한미군경비 1억8천만「달러」를 합치면 미국의 국제수지문제는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는 특혜관세를 베풀 용의가 있으나 동시에 한국에 대해 보다 많은 미국상품을 팔고 싶다고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하비브」대사는 대미통상을 증가시키려면 한국 안에 미국상품이 많이 나돌도록. 허락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대미교역이 봉착한 장래문제를 제시했다.
태 기획의 발언이 미국의 투자가를 적극 유치하겠다는데 반해서 「하비브」대사는 미국상품을 보다 많이 한국에 소화시켜야 하겠다고 하므로 한·미간의 경제관계가 자본 및 통상면에서 서로 엇갈리는 점을 노출시켰다고 일단 평가될 수 있다.
지금 「하비브」대사의 발언이 단순한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미국정부의 정책방향을 대변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미국의 국제수지문제가 한국에까지 파급되는 미조로 일단 받아들이고 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고 무역수지가 호전되어 흑자를 시현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 대미수입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미무역은 일본의 대한진출을 계기로 하여 흑자를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므로 미국은 한국의 대일수입편향성에 불만을 갖게 됨으로써 「하비브」발언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이러한 분석이 옳다면 대미수출의 계속적인 확대로 대일무역수지적자를 메워오던 종래의 수출정책은 정책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국면을 맞게 된다. 즉 우리의 대미수출을 계속 늘리려면 대미수입도 같은 보조로 늘려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대미무역에서 큰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대일무역적자를 메우는 새로운 방법이 개척되어야 하겠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일수출의 획기적인 증가를 통한 대일무역수지자체의 균형화가 이룩되거나, 아니면 EEC 등 비미지역수출입에서 커다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조치로 보아 대미 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수준에 있는 것이므로, 기타 지역에 대한 수출흑자로 대일적자를 「커버」하기는 힘든다.
사리를 이와 같이 분석하면 「하비브」대사의 발언은 우리의 대미수입증가 대미무역수지의 균형화 대일수출의 획기적 증대 대일무역수지의 균형화라는 조건이 성립되어야만 우리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의 제안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비브」발언이 우리의 대미무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현실화한다면 우리의 무역정책 및 외자도입정책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킬 것이다. 정부는 대미 대일외교를 적극 강화하여 「하비브」대사의 발언이 미칠 장래문제를 현명히 처리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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