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대 문학상 수상작가 결정|「프랑스」문학대상|「와트리크·모디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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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카데미·프랑세즈」 28명의 회원 중 18명의 찬성을 얻어 「로망·그랑프리」수상작이 된 「모디아노」의 『환상대로』는 「나치」독일의 「프랑스」점령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서 47년 7월생인 작자가 체험해 보지도 못한 「나치」점령기를 어떻게 그처럼 훌륭하게 묘사할 수 있었는지에 관해 많은 문학평론가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르·몽드」지가 『이 작가는 「나치」점령에 관한 보잘것없는 기성작품들을 비웃고 있는 것 같다』고 평한 『환상대로』는 마치 「알베르·카뮈」의 『페스트』처럼 「나치」점령기라는 한 시기를 통해 현대인간의 추악한 모습과 타락·부패로 몰락해 가는 한 사회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그러나 「카뮈」가 「알제리」태생으로 「알지에」시의 생활을 체험했음에 비해 「모디아노」는 전혀 아무런 전쟁체험을 갖지 않았다는데 다른 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모디아노」는 오늘의 세계가 「나치」점령기와 똑같은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대가 얼마나 혼란에 빠져 있으며 부패하고 있는가를 날카롭게 파헤칠 뿐인 것이다. 『창작을 위해 「소르븐」대학 불문학과를 중퇴했다』는 「모디아노」 는 이미 68년 처녀작「별의 위치』로 「페네옹」문학상을 수상, 천재를 인정받았으며 69년 문제작 『밤의 원무』를 내놓아 작가적 위치를 굳혔었다.
25세의 청년작가를 하루아침에 대작가로 만든 『환상대로』는 과거와 현재가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난해한 것처럼 보여 줄거리를 찾아 나가기가 매우 어려운 것 갈지만 등장인물과의 관계만 이해하면 그 복잡한 줄거리도 간단히 풀이된다. 다만 『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익살스런 불량배들이 오늘의 정치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르·몽드」지) 식별하기 어려울 뿐인 것이다. <파리=주일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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