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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입시와 판단력「테스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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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3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시험요강이 확정되었다.
고교입시출제는 72학년도와 같이 기본적이고 평이한 것을 교과서 안에서 출제하며 문제은행식 계열별 공동출제방식을 택할 것이라 한다. 작년의 경우 출제문제가 지나치게 쉬워 동점자 사태가 나고 체육점수에 의하여 입학여부가 결정되었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이와 같이 출제를 쉽게 한 이유는 과외공부의 폐단을 덜어주고 중학생의 체위를 향상시켜 주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일반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타면에 있어서는 영재교육이어야 할 고등학교교육이 입시 때의 「컨디션」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것은 고교선발시험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하여 비판되기도 하였다.
중학교교육의 목적은 의무교육의 연장이어야 할 것이요 체육과 덕육을 위주로 하고 지육은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철저히 해야만 할 것이다. 유신헌법도 의무교육의 연한을 늘리기 위하여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으로 하고 법률에 의하여 의무교육의 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각국의 경향이 9년제 의무교육이므로 중등학교의 교육도 의무교육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가 평준화되지 않아 시설에 차이가 심하고 전통과 교육방법이 다른 현실에 있어서는 우수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제도는 필요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등학교의 평준화가 이루어져 무시험진학이 행해질 때까지는 고교의 입시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고교입시가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쉬운 객관식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게 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에 있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암기위주의 문제가 아니고 종합적인 판단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교입학후의 성적이나 대학입학후의 학업성적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은 중학교의 성적이나 고등학교의 성적인 것이다. 따라서 고교입시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판단기준이 되는 중학 때 전학년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방법을 연구해 주기 바란다. 금오공고에서는 전학생을 중학교 교장의 추천에 의하여 모집하게 함으로써 입시제도에 혁신을 가져왔는데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중학교성적의 내신제도를 연구해보아 주기 바란다. 체육채점에 있어서 체력장제도를 도입한 것과 같이 중학교성적도 교위에서 학년말마다 시행하는 전체고사를 통하여 성적을 기록하고 입시에 이것을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72학년도의 경우 중학졸업생수는 40만7천5백47명이었는데 고교진학 희망수는 35만9천6백명이었고 고교진학자는 27만5천5명이었다.
따라서 고교진학희망자중에서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8만4천5백85명에 달하고 있다. 고교교육도 중등교육에 속하느니 만큼 이들 진학희망자를 전부 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고교의 신설과 학급증설을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중학생들의 공부가방이 너무 무겁고 또 중학생들의 등교시간이 지나치게 일러 신체발육에 많은 지장을 주고있다. 외국 같으면 한참 뛰어 놀 어린이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시차제도 재고하고 공부가방도 학교에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건강한 2세를 육성하도록 배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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