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선거 끝나자 월남협상에 훨씬 강경한 자세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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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주「파리」에서 열렸던 미·월맹간의 6차례 총23시간에 걸친 비밀협상은 12월 4일 재개를 약속하고 일단 교착상태에 들어갔다. 회담의 중단이유에 대한 공식발표는 없지만 그간 쟁점으로 되어 월맹군철수문제, 민족화합 기구의 성격문제 등의 이견조정이 실패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중단은 회담의 결렬을 의미하지는 안돼 단순한 연기이상의 뜻을 갖는 것으로 해석되고있다. 그것은 월남전협상에의 변수적 요인으로 간주되던 미대통령선거가 끝난 후의 미국 측의 협상자세가 훨씬 더 강경해진 데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키신저」보좌관은 3, 4일의 최종회담으로 매듭지을 수 있다는 선거전 발언과는 달리 10월22일에 합의된 9개항 월남평화협정초안을 근본적으로 대폭 수정하자고 요구했다. 즉 미국은 ①휴전 성립 후 미군과 함께 월맹군의 전면철수 ②3파 연정반대 ③DMZ 복원, ④월남 내 정치범 석방거부 등「티우」의 휴전조건을 반영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월맹은 협정초안의 수정을 강경히 반대했다. 월맹으로선 「티우」의 제거를 고집하지 않는 양보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지난번 명문화되지 않았던 월맹군의 거취문제에 대한 또 다른 양보는 거부했다.
결국 지난 10월의 미·월맹협상은 미대통령선거용의 고등술수를 드러낸 것이라는 견해도 성립될 수 있다. 그래서 압승으로 끝난 선거는「닉슨」에게 여유를 제공, 『미봉적인 월남문제의 해결 보다는 지속적인 해결책을 바란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게 해주었다.
「하노이」측이 휴전협정 내용을 미리 발표하고 지난7일의 미대통령 선거전 조인을 고집했던 것도 이런 미국 측 태도변경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노이」측은 이제 미국이 휴전협정의 실질적 수정을 고집한다면 종전의 양보까지도 철회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거의 접근한 듯한 쌍방간의 주장이 원칙 면에서 다시 충돌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9일간의 휴회기간은 또 하나의 정중동의 정치산술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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