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기억 안 나" 말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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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관련해 개인정보 불법 조회자를 찾고 있는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자신에게 정보 조회를 부탁한 ‘지시자’로 김장주(49) 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안전행정부 국장급)을 지목했던 조오영(54)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이 흔들리면서다. 조 행정관이 ‘윗선’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지난 8일 조 행정관을 세 번째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 행정관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의 개인정보를 서초구청 조이제(53) 행정지원국장에게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던 당사자다. 그는 지난 4일 첫 검찰 조사 때만 해도 인척관계인 김 부장을 정보 조회 요청자라고 지목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 때와 같이 “김 부장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과 관련한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받았다”는 거였다.

 하지만 검찰이 김 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신 내역을 복원한 5일 이후 조 행정관의 진술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검찰은 조 행정관과 김 부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채군의 개인정보 관련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 행정관의 기존 진술과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자 조 행정관은 6일 조사 때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혼란스럽다”고 진술을 바꿨다는 것이다. 더욱이 검찰은 김 부장이 조 행정관에게 정보 조회를 요청했음을 입증할 물증을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부장의 자택·사무실은 압수수색하고, 조 행정관의 청와대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조 행정관과 달리 김 부장은 일관되게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발표 직후에도 김 부장은 조 행정관을 만나 “왜 (관련 없는) 나를 지목했느냐”고 따졌는데 조 행정관은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부장이 당시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정관이 조회를 요청한 제3자를 감추기 위해 평소 자주 연락하던 김 부장을 둘러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은 조 행정관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부장도 조만간 소환해 대질 신문할 예정이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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