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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디언」차별대우에 항의 내무성 점거 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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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백인이 조약을 깨뜨렸다』 얼핏 들으면 월남휴전협상을 둘러싸고 월맹이 요즈음 미국을 비난하는 말같이 들리나 사실은 미국 내에서 「인디언」들이 정부당국에 항의한 구호인 것이다.
지난 2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5백여명의 「인디언」들이 「워싱턴」의 내무성을 습격, 성내의 「인디언」국을 점령하고 농성을 벌임으로써 본격적인 「인디언」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 「인디언」들은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으로 예전에는 이 땅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소수민족의 집단으로 정부가 설정해준 보호구역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데 분격, 미국 건국 2백주년에 즈음하여 정부·의회·일반국민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눈길을 돌리도록 호소하면서 궐기한 것이다.
이 때 아닌 「인디언」북소리는 오랫동안 망각되었던 「인디언」문제를 미국민에 새삼스럽게 「클로스업」시켰다. 이들 「인디언」내무성 진격전황을 살펴보면 지난 2일 새벽 먼동이 트기도 전에 1백30여명의 「인디언」들이 백악관 앞에 모여들어 5분간 항의모임을 엄숙하게 벌이고 난 다음 내무성 「인디언」국으로 몰려가 이를 점령, 의자와 사무용 탁자를 창 옆에 쌓아 「바리케이트」를 구축 「인디언」특유의 북을 치면서, 급거 출동한 경찰대와 대치한 것이다.
이들은 고유의 무기인 창과 활 대신 야구방망이·소화기로 무장하고 굳은 전의를 보여 한때는 일촉즉발의 험악한 사태까지 빚었으나 백악관에서 급파된 협상대표와 3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일단 휴전이 성립되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협상에서 「인디언」들은 생활향상을 요구하는 20개 항목의 관철을 비롯, 정부와 의회에 「인디언」의 지위 향상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정부측에서도 이들의 「인디언」국 점거를 하루동안 묵인함으로써 「인디언」들은 실로 오랜만에 주인행세를 맛보았고 이들의 생활향상 요구조건도 추후에 연구하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다고.
이 「인디언」소동으로 내무성은 집기 등 사무용품 및 건물의 일부가 파손되어 피해액이 자그마치 7억9천 만원에 달하게 되었다고.
한편 피해를 본 내무성 당국은 「인디언」대표들과 맺은 약속으로 이들의 난동을 고발하지 앉겠다고 말해 아량을 보였으나 상원 내무분과위원인 「앨런·바이블」의원은 이러한 정부 조치에 반발, 「인디언」의 이번 처사는 법을 파괴하는 난동으로 규정,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예문을 「모든」 내무장관에게 보냈다.
흑인들의 민권운동에 힘입어 조직적인 운동을 벌인 이번 「인디언」들의 항의 운동은 「법과 질서」를 주장해온 「닉슨」이 행정부에는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었으나 앞으로는 이들 소수「인디언」들에게도 적절한 대책이 수립돼야한다는 과제를 「닉슨」정부에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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