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선 "대선 불복" … 새누리 "부메랑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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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의원이 8일 대통령 사퇴와 보궐선거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장하나 의원실]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인 장하나(36) 의원이 8일 “부정선거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대통령 보궐선거를 주장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대선 불복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장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나, 국회의원 장하나는 ‘부정선거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한다”며 “이제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불공정 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며 다가오는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와 같이(동시에)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총과 탱크를 앞세운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사이버쿠데타로 바뀌었다는 것만 다를 뿐”이라고도 했다. 장 의원은 이어진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대통령 사퇴를 촉구한 정의구현사제단 등 일부 시민단체와 같은 논리를 폈다.

 -대통령이 왜 사퇴해야 하나.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퍼나른 트위터 글이 2200만 건으로 나왔는데도 정부는 개인적 일탈이란 말만 하고 있 다. 대통령이 도움을 받았든 안 받았든, 인지를 했든 안 했든 부정선거는 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사법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사법부 판단이 나올 때쯤 임기는 끝날 거다. 현실적으로 탄핵도 안 될 상황이고. 정치적으로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거다.”

 -민주당 공식 입장은 대선 불복이 아니라는데.

 “당에 누를 끼칠까 봐 걱정된다. 지도부와 상의는 안 했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장 의원의 발언은 대한민국 유권자 모두를 모독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폄훼하는 행위”라며 “대선 불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는 민주당의 우둔한 정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재원 의원도 “민주당은 겉으로는 대선 불복은 아니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그러한 주장을 해왔다”며 “비례대표 제도를 빨리 없애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말까지 나올 것”이라고 비꼬았다.

 홍문표 의원은 오후 열린 예산결산특위에서 “미친 사람도 하루에 몇 번씩은 제정신이 돌아온다는데 (장 의원이) 제 정신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고 정홍원 국무총리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장 의원의 성명서 배포를 중단시키고 장 의원의 당직(원내 부대표) 박탈을 검토하는 등 파문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성호 원내 수석부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민주당을 어떻게 볼까 걱정”이라고 했고, 문재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도 “국민 일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의 입장을 고려한 발언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진인 원혜영 의원도 “민주당에서 자꾸 대선 개입과 관련해 불복이란 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 그건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박창신 신부 발언 등을 들며 ‘일련의 사태 배경엔 결국 민주당이 있지 않겠느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장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사무처장을 맡는 등 일부 시민단체와 연계돼 있는 점을 들어 정치권 바깥의 대선 불복 세력이 장 의원을 고리로 원내로 불복운동을 확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이석기 사건을 비롯해 박창신 신부나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보면 과거에 게릴라들이 치고 빠지는 수법과 유사하다. 체제를 전복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음모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철학과를 졸업한 장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김광진 의원과 함께 청년비례대표로 선발돼 배지를 달았다.

이소아·강태화·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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