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일 여성 (2)|가계의 지혜|장명수 기자 체독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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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독일 사람들의 절약 습관을 나타낸 많은 얘기들 중에 『세명이 모이지 않으면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은 한 독일 주부는 「실제로 그러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한 「아이디어」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물가 상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독일인의 가계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담배 값이 평균 10%씩 올랐고, 고기·채소 값도 가을 들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물가 상승률은 아주 낮은 셈이다.
한 통계는 지난 l백년간 독일 일반 가정의 생활비가 3백% 올랐다고 밝힌바 있다. 62년∼68년 사이의 생활비 상승률은 16%로, 프랑스 23% 이탈리아 28%, 영국 23% 벨기에 22%에 비해 가장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주부들이 물가고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베를린」 시에서 아들과 딸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 「하스」 여사는 『물가고를 이기는 방법은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그의 남편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한달에 2천1백 「마르크」 (28만원)의 순수입이 있다. 이중 두 자녀의 용돈으로 3백「마르크」씩 6백「마르크」가 나가고 방 4개 있는 「아파트」 월세로 4백50 「마르크」가 나간다. 수입의 10%인 2백「마르크」를 저축하고 나면 나머지 9백「마르크」가 「하스」씨 내외의 살림 돈이다.
두 자녀는 둘이서 쓰고 있는 자동차 유지비·담배 값·여행비용 등을 「아르바이트」로 벌어서 보태고 또 국립대학이라 학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3백 「마르크」 이상으로 부모가 돈을 주는 일은 없다. 『내 남편의 봉급이면 중간층을 넘어서는 액수지만 그 아래 봉급을 받는 사람들보다 잘 살지도 많이 저축할 수도 없는 것이 독일인의 일반적인 사정이다. 아들은 내년에, 딸은 2년 후에 대학을 나오기 때문에 많은 돈이 남을 듯 하지만 2년 후면 남편이 정년이 되기 때문에 역시 그만큼의 액수가 줄어든 연금을 받게 된다.』
병이나 출산, 교육비 등이 따로 들지 않고 실직 보험, 연금 등의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독일에서 저축이란 대부분 여행비용이나 특정한 소비 목표를 위해 쓰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스」 부인은 정년 후 내외가 살 교외 별장을 위해 저축을 해 왔다고 말한다.
『물가가 오르고 생활비가 제한되어 있으면 물건 사는 일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식료품 값을 줄이지 않았고 1주에 l2조각 사던 「스테이크」를 10조각 샀다면 어른 몫에서 줄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도 성장기를 넘어섰으므로 약간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내외의 담배 값이 생활비의 15%나 차지하지만 담배는 심리적인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억지로 줄이려고 하지는 않는다.』『감자를 1kg 사는게 옳은가 5kg 덩어리를 사는데 유리한가 나는 늘 싯가를 보고 계산해 본다. 비누와 휴지도 1개와 여러개 묶음의 차이를 계산해 본다. 늘 「개스」와 전기 쓰는 시간을 줄이려고 생각하고 실제로 줄여 가고 있다. 절약하는 「아이디어」를 늘 짜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독일에서 두 자녀를 가진 가정을 표준으로 한 평균 생활비 명세서는 식료품 값에 37%를 쓰고 있고 집세 10%, 담배와 술 7%, 의류 13%, 교육비와 오락비 8·6%, 교통비 5%, 전기와 난방비 4·6%, 집 유지비 8·7%, 세탁비 5% 등으로 나와 있다. 독일의 전체 가정 중 「텔러비전」을 가진 집이 77%, 자동차를 가진 집이 45%. 녹음기를 가진 집이 19%, 그리고 냉장고는 85%, 세탁기는 61%가 소유하고 있다 (69년 통계) .
독일의 주부들이 모두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두 문화 기구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된 「아파트」들의 3분의1은 더운물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소비 「패턴」에 휩쓸리지 않는 전통과 지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례>
①흘러간 주역…노인들
②가계의 지혜
③육아, 어린이 교육
④여성운동, 사회 활동
⑤「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