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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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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밥을 짓고 아기를 기르고 빨래를 하고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주부의 일과는 무척 바쁘다. 더욱이 농촌 주부들은 농사일까지 덤으로 맡게되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에 쫓겨야만 한다. 그래서 마음은 항상 분주하고 몸은 고달프고 겹다.
그러나 바쁘고 고달프다고 해서 슬프거나 괴롭다고는 할 수 없다.
고달픔은 곧 노력의 의미이기에 거기에는 생산이 있고 소망이 있는 것이다. 종일의 일을 마치고 저녁에 오손도손 둘러앉은 가족의 휴식은 즐겁기 그지없다.
여덟 살 짜리 순아 녀석의 재치 있는 익살의 사회로 시작하여 다섯 살 박이 큰딸 혜숙이의 독창이 끝나면 할머니까지 가족합창으로 산토끼 노래부터 송아지노래·별 삼 형제로 떠들썩해지면 두 살 짜리 쌍둥이 순과 영아의 귀여운「트위스트」가 벌어지고 끝내는 할머니, 아빠, 나까지 끌어당겨 같이 춤을 안 추면 못 배긴다.
이래서 웃음이 떠들썩하게 퍼지고 멋진 가족오락의「무드」에 젖노라면 우리들의 피로는 까마득히 잊은 채 오붓한 행복의 세계를 이룬다. 행복한 웃음, 즐거운 분위기, 그것은 반드시 풍부하고 여유 있는데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좋고 고달픈 생활이라도 좋다. 서로가 아끼고 이해하며 생각하는 차원이 문제일 것이다. 없다고 짜증내고 힘들다고 투정부린다는 것은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이며 불행을 조성하는 불씨가 되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도 법석 떨던 네 꼬마는 어느새 나란히 잠들어서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시간이다.
차버린 이부자리를 만져주며 평화롭게 잠든 네 꼬마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대견스럽고 다시 한번 엄마된 보람을 느끼며 생활의 의미를 생각한다.
최옥희<경기도 강화군 일상면 은수리 내촌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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