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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능률의 극대화」다진 체제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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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의 근거
근대 헌법사는 국가 긴급권제에 대한 적대시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근대 입헌국가헌법이 모두 법치주의에 기초하였고, 국가긴급권제도는 법치국가에 상반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로시더」(Rossiter)가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세계의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서 「위기정부는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 되고 있는」현대에 있어서는 국가 긴급권제는 이제 입헌국가헌법의 승인단계를 지나서 헌법의 총합단계에 이르렀다.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평시 헌법과 위기정부를 전제한 비상헌법은 대립·적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승인·융합관계에 있는 것이다.
새 헌법은 제구조에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모형은 1958년 10월5일의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 제16조에서 찾아진다.
이 긴급조치권은 「드골」장군의 설계에 의해서 헌법에 규범화되었다. 「드골」장군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의 설정동기로서, 첫째 1940년6월의 프랑스 국민이 직접 체험한 국가위기상태에 대한 대비, 둘째로 핵무기개발로 인하여 2, 3개의 폭탄이면 전국의 제도가 완전히 중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 세째로 국가위기에 조음하여 국가원수가 국민주권을 대표하는 문제 등을 제시하였고, 특히 1940년6월에 헌법의 무기력 속에 갇히어 국가를 잃었다고 말한 「알베르·르브렁」(Albert Lebrun) 전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큰 충격을 받은 데서 그 이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제5공화국 헌법의 실질적인 기자촌라고 불리는 「미셸·드브레」(Michel Debre' 현 국방상)의 1958년 8월27일에 상원에서 밝힌 연설문이라 하겠다.
즉 「이 조문(긴급조치권의 규정) 은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여 공권력의 정상적인 운영이 중단될 경우 국가의 정통성과 권위를 보장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읍니다. 이 보다 더 정상적이고 더 긴요한 것이 따로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날 정치적·기술적 이유로 해서 날로 증가하는 공권력 운영의 급작스러운 중단위험들 눈앞에 두고 있읍니다」라는 이유설명이다.
위와 같은 프랑스 현행헌법상의 대통령의 국가긴급조치권의 설정의 근거를 우리 나라의 상면한 현실에서 비교해볼 때 그 누구도 우리 나라의 현실이 프랑스의 현실보다도 더 절박함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 헌법은 이러한 충분한 근거에서 그 제53조에 대통령의 국가긴급조치권을 설정한 것이다.
◇긴급조치권의 성격
오늘날의 위기사태는 전통적 국가긴급권에서 찾을 수 있는 사후 대책적 성격을 완전히 변모시키고 있다. 즉 현대국가에 있어서의 긴급상태는 예측 없이 절박하게 발생된다. 따라서 사후 대책적 긴급권 발동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즉 사전 예방적 국가긴급구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헌법 제53조1항의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리가 있어」라는 규정이 바로 그 사전 예방적 국가긴급권을 의미한다.
다음에 동조에서의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은 동헌법 제43조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지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와 동조3항「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규정에 의거하여 대통령이 행사하는 「국가적 권한」(le pouvoir e'tatique) 이다. 다라서 이 「국가적 권한」은 국회 및 정부가 행사하는 「민주적 권한」(le pouvoir de'mocratique)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독립되어 있으며 오히려 우위에 서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국가의 존속이라는 입장에 설 때, 「국가적 권한」이 「민주적 권한」행사의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53조의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은 전통적 긴급권 개념과는 전혀 그 법적 성격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국가긴급권개념에서는 비상권의 행사자일라도 전적인 긴급권논의 테두리 안에서는 자율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였으며, 항상 의회의 사전적 혹은 사후적인 통제를 받음으로써 입법부에 대한 하위통치기관의 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에 반해서 제53조의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은 원칙적으로는 긴급조치권의 전통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긴급조치권 발동의 요건
대통령은 ①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②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 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③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53조1항). 여기에 있어서 ⓛ, ②의 위기 및 위협상태의 대통령의 판단과 ③의 경우에 있어서 우려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이다. 따라서 발동에 있어서의 제약은 받지 않는다.
◇긴급조치권의 내용과 효과
앞서 열거한 긴급조치 발의 등 요건을 대통령이 판단할 경우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53조1항).
긴급조치의 일반적 존재형식은 비상명령(Ausnahmeverordnung), 긴급명령(Notstandsverordnung), 비상조치(Ausnahmema Bnahme)와 긴급조치(Notstandsma Bnahme)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비상명령과 비상조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며 긴급명령과 긴급조치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그 효과에 있어서도 전자의 경우에는 헌법적 효과가 이루어지며, 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법률적 효과가 따르게 된다.
특히 후자의 긴급명령과 긴급조치는 준 헌법에 있어서의 긴급명령·긴급재정명령·긴급재정처분(구 헌법73조) 에 해당된다. 그러나 전자의 비상명령과 비상조치개념은 새 헌법에서 비로소 설정된 긴급조치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또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동조2항).
긴급조치의 원인이 소멸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동조5항). 그런데 긴급조치의 원인이 소멸되었는지의 판단은 대통령의 자유재운에 맡긴 통치행위로서 여하한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
대통령의 긴급조치권행사에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통제와 사법적 통제가 있다. 새 헌법안은 정치적 통제로서 다음의 것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①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발동하였을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동조3항). ②국회는 재적의원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동조6항). 여기에 있어서 국회의 해제건의권은 법적 구속은 받지 않으나 정치적 구속은 받게된다.
이 점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 제16조에 있어서는 대통령의 비상 조치권 행사에 대한 국회의 사후요구나 건의권이 전혀 없다. 다음에 긴급조치권 행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헌법규정으로 배제하고 있다(동조4항). 이는 프랑스를 위시한 서구제국에 있어서의 판례를 입법화한 것이라 하겠다.
◇정당 국가적 경향완화
새 헌법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국민적 총화의 배려에서 정당 국가적 경향을 급화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나 국회의부의 후보요건에 있어서는 정당의 공천을 요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은 정당의 가입을 금지함으로써 국민의 주권적 수임기관으로서의 그 전체적 성격을 보장하고 있다(37조3항). 기실 구 헌법에 있어서는 필수적 「고도의 정당국가」제도를 맹목적으로 실정헌법의 형식으로 도입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국가기능의 의식적 마비와 낭비, 그리고 비효율성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국민의식의 분열마저 가져오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당은 그의 본질과 조직에서 언제나 동적이며 사실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정태적 규범의 테두리에 잡아맨다는 것은 구 헌법이 범한 의욕적 과오이었던 것이다.
정당제도는 그 제도의 방향인 서구에 있어서도 오늘에 와서는 많은 비판과 시정이 불가피하게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즉 첫째로 국민이익의 미분화로 인하여 정당은 국민이익을 대변할 수 없게 되었고, 둘째로 공당 자체의 경직성 때문에 시대착오적 유물로 전락되어가서 마침내 현대국가가 요청하는 국가기능의 효율화에 역항되며, 특히 후진국가 고유의 이중구조의 타파는 불가능하게 이른다. 세째로 근시적 이익을 둘러싼 정쟁을 위한 정쟁으로 인하여 국가이익 및 국민이익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이란 정당 고유의 목적에 역행하는 의식적인 국민의식의 분열을 초래케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그 예외가 아니며, 더우기 서구적 정당정치 운영의 미숙과 이에 따른 착오는 앞서 적절한 결함을 가일층케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새 헌법은 정당제도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경향임을 재확인하여 정당의 특혜적 보장조항을 엄연히 존치시키고 있다(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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