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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풍조 집중단속 따라 서울의 경우 평소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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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즉결 재판소가 만원이다.계엄 사령부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퇴폐풍조·교통 법규 위반 등 시민생활침해사범의 집중단속이 실시되면서 전국 대도시의 즉결 재판소 법정은 법 질서를 제멋대로 어긴 각종 법규 위반자들로 만원 상태.서울의 경우 24일 하룻동안에 평소의 2배가 넘는 1천5백 여명이 즉결에 넘겨졌다. 이 때문에 즉결 업무를 맡은 판사들의 일손도 전례 없이 바쁘다.즉결에 넘겨진 법규 위반자들은 대부분 도로교통법위반, 경범죄 처별법 위반, 폭력행위, 윤락 행위 등 계엄하의 시민질서를 지키지 못한 사람들.
○…24일 낮 12시쯤 남대문경찰서에 경범죄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연행행 이 기태씨(32·가명 서대문구 북아현동 산1) 는 비밀「댄스·홀」에서「고고」춤을 배우다 적발돼 즉결에 넘겨졌다. 이 씨는 신문광고 란에서 『 댄스교습·1주일완성』이란 광고를 보고 대낮부터 교습소를 찾아가 춤을 배우다 경찰의 급습을 받았던 것.
이 시를 심리하던 최만항 판사는『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나.이런 짓이 바로 퇴폐풍조야』 라면서 사설 강습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구류3일을 선고.
○…지난2O일 밤 11시40분 쯤 서울 영등포구 봉천2동102 백순근씨(26·가명· 무직)는 「택시」요금 2백50원을 내지 않고 달아나다 경찰에 검거돼 즉결로 넘어갔다.
백씨는 구로동「버스」종점에서 영등포 역전까지「택시」를 타고가 『지금 돈이 없으니 집까지 가서 주겠다』고 운전사에게 사정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백씨는 즉심에서 담당 최 판사에게 『요즘 통금단속이 심해 걸릴까 봐 돈 없이「택시」를 탔다』면서『다시는 안 그럴 테니 잘 봐 주쇼』라고 사정했다.
최 판사는『돈이 없으면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면 될 것 아니냐』고 호통치면서 벌금3천원을 선고.백씨는 당초 사기죄로 검거 됐었다.무임승차로는 K국민교 교감 최 모씨 (49)도 걸려 벌금3천원을 물었다.
○…23일 밤10시픔 군밤 행상 김 기남씨(23·중구 오장동132) 는 무교동에서 군밤을 파는체하면서 행인들에게 음화를 팔려다 적발돼 즉결에 회부.
김 씨는 이날 군밤50원 어치를 산 4O대 신사에게 음화 1권을 5백원에 사라고 슬쩍 내보였는데 이 신사는 바로 퇴페 풍조 단속차 나갔던 사복경찰관. 담당 황상현 판사는『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짓을 계속해』라면서 형법 243조를 적용,구류7일을 선고했다.
○… 「택시」운전사 임 정규씨 (29· 성북구 돈암동538) 는 지난23일 상오8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중소기업은행서대문지점앞길을 달리다 구덩이에 괸 물을 행인 박 성민씨 (33) 에게 물탕 치고 그대로 달렸다가 박 씨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 즉심에 회부됐다.임 씨의 행위는 오수비산.
임 씨는 24일 하오 즉결 2과에서 최 판사로부터 도로교통법 44조 (운전사의 지시사항위반)에 따라 벌금2천5백원을 선고 받았다.
경찰은 다시 임 씨의 「택시」에 대해 7일간 운행정지처분을 내렸다.
○…빵을 씹으며 길을 걷던 중국인도 즉결에 넘겨졌다.24일 상오10시쯤 중국인 백문덕씨(74· 수거부정)는 식빵을 먹으며 큰길을 걷다 도로교통법위반혐의로 즉심에 넘겨져 구류2일을 선고 받았다.
백씨는 먹다 남은 빵을 증거물로 종이에 싸가지고 법정에 출두,중국어 통역을 세워 재판을 받았다.
○…같은 날 윤락행위 등 방지법위반혐의로 구류7일을 선고 받은 김일순씨(40·여· 중구도동1가3) 는 계엄이 선포된 후에도 계속 뚜쟁이 노릇을 해오다 검찰에 잡혔다.
김 씨는 즉결 법정에서『남편이 있는 가정부』라고 주장하며 등에 업은 1살짜리 딸의 엉덩이를 꼬집어 법정이 떠나가도록 울렸다.
김 씨를 한참 내려다보던 최 판사는 『당신 한달 전에도 유객 행위를 하다 걸려 재판받은 일이 있지』라고 말하자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최 판사는 『애를 울려 동정을 받으려 하지만 나한테는 안돼』 라면서 구류 7일을 선고했다.
○…24일 재물 손괴혐의로 즉결에 넘겨진 이 천길씨 (35· 무직· 성북구 장위1동)는 이웃과 말다툼 끝에 이웃집 안방 구둘장 3장 (5천원상당) 을 깼다가 경찰에 연행됐었다.
법정에선 이 씨는 범행사실을 처음부터 부인,『이웃집에 놀러 가 넘어지는 바람에 구들장이 깨졌다』고 주장했으나 끝내 고의로 한 것이 밝혀져 구류3일에 벌금3천원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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