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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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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술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존재하였으며 제각기 그 나라의 풍토와 민속을 담고 있다. 어느 술이고 그 주성분은 주정이다.
주정이란 말을 영·불·독에서도 「스피릿」·「에스프리」·「가이스트」 등으로 모두 정신이란 말로 나타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은 사람에게 신비로운 존재였으므로 표현을 그렇게 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술만큼 계급의 상하나 문화의 높고 낮음에 영향받지 않고 인류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도 없을 것이다. 「카니벌」도 근원을 캐고 보면 주신 「바카스」를 찬미하는 축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생활에 깊이 뿌리박은 술도 약 이면으로 보면 「모르핀」이나 마찬가지로 습관성을 갖는 마약과 비슷한 것이므로 그 사용법이나 음주방법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백약지장이라고 일러오는 만큼 술은 다른 것에 비길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사병에 쓰러진 경우나 실신했을 때 한잔의 「브랜디」가 갖는 효과는 『생명의 물』이라고 표현되고 있을 정도이다. 혈액순환을 도우며 복잡한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술의 효과 또한 큰 것이다.
술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이해한다면 술을 두려워하고 비난할 필요도 없으며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술이 갖는 공적을 잊고 잘못해서 술로 인해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사람이 많음은 유감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의식적으로 술을 마시고 범한 죄에 대하여 관대하지 않으며 과실이라도 음주시의 범죄는 감면시키지 않음으로써 주정범죄의 추방에 노력하고 있다. 자기가 즐기기 위한 술이지 남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는 양주의 침투로 우리 고유의 술을 잃어 가고 있다. 약주나 혼성주는 차차 그 존재가치를 잃고 있으며 왕년의 금천·과하주·안동 소주·면천 두견주·김포 백일주·경주 법주 등도 이젠 주당들의 추억 속에서 자취를 감추려 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명주를 되살려 육성할 길은 없을까. 민족의 술이 아쉽기 그지없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술을 되살리고 닦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모든 것이 발전하고 있는 이 마당에서 주질만은 후퇴를 하고 있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술 자체를 우리 생활에서 아주 떼어버릴 수 없는 이상 우리의 술이라고 떳떳이 내세울 명주를 만들어 내어야 하지 않을까. <유태종 고대교수·식품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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