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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 그 실태와 개혁방안|연세대주최 국제「심포지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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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개혁의 문제를 놓고 연 4일간 열띤 토의를 거듭한 연세대의 국제「심포지엄」은 대학사회에 새로운 활기와 탄력성을 불어넣기 위한 6개 건의사항을 채택하고, 7일 그 막을 내렸다. 이번 모임이 제시한 개혁의 방향을 계기로 전국대학 총장들은 비공식 협의회를 갖고 대학개혁에 앞장서기로 했으며, 문교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적된 6개항의 건의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의 책임자는 인사정책을 통해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하고 개혁실험에 방해가 되는 규정을 수정하여 개혁의 풍토를 조성한다.
둘째, 대학은 참여나 비평의 수단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세째, 대학은 명백한 목적과 역할을 밝혀야하며 이는 유일한 명분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네째, 전국적 혹은 지역적 규모나 전공별 학점인정 제도 등을 마련하여 대학의 질적 향상을 기해야 한다.
다섯째, 광범한 협조를 통해 지역사회의 자원을 최대한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을 위한 명백한 범위와 측정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등이다.
한편 이에 앞서 열린 제3일과 제4일의 전체 및 분과회의는 개혁을 위한 협동체제 및 개혁의 추세 등을 다루었다.
학술연구의 촉진을 위한 산학협동 체제의 한 방안으로 장경택 박사(과기연)는 상공회의소등이 주관이 된 학계·연구소·산업계·정부기관 등의 공동조직체 구성을 제안했다. 대학간의 협력체제 방안으로 오관치 교수(육사)는 또한 교수교환·학생교류·시설사용의 협조·학회활동의 강화 등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유용한 인력을 활용하고, 과학기재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도 대학간 혹은 산학간의 유기적 협동체제가 절실하다는 것이 토론에서도 강조되었다.
대학사회와 학생활동에 대해 발표한 성내운 교수(연대) 는 평화 속에서의 복지사회 건설의 지도자 양성임무를 맡은 대학은 「평화 속에서 창조」할 분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필수적인 조건이며, 대학교육의 이념·내용 및 방법을 정함에 있어 대학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엄격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행정, 특히 학생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학생 속에 자리잡은 교수」의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벌어진 토론에서는 학생지도에 있어서의 교수의 책임이 특히 강조되었다. 교수들은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대학의 정치적 중립이나 자율성의 보장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자율적 규제방안을 논의하면서 한국 대학의 실태가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되었다. 이기탁 교수(연대)는 대학의 저질화 원인을 ①미국제도의 형식적 모방으로 대중화·속화했고 ②기능인도 「엘리트」도 아닌 어중간한 졸업자 배출 ③국민의 대학에 대한 가치기준 부재 등으로 들었다.
더욱 구체적으로 계의돈 교수(숭전대)는 ①대학관리자의 기업적 이윤추구 ②재정의 전적인 학생 등록금 의존 ③불필요한 강좌의 낭비적 개설 ④교수승급의 정의성 ⑤학교시설의 비효율적 이유 ⑥비교육적 행사에 의한 학교경비의 낭비 등을 지적했다. 대학설치 기준령 정원제 등 문교부의 외적규제는 대학에 대한 기본 목적이나 대학 행정자의 정신적 자세가 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심각히 논의됐다.
대학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개방적인 경쟁풍토와 자율적 규제의 길밖에 없다는 것이 토론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이러한 저질화를 벗어나 「항상 새롭고 실력 있는 대학」이 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김상협 박사(고대총장)는 대학의 특성과 자율성을 살린 경쟁풍토 조성에서 찾았다.
또한 대학간의 협조체제를 가장 실용적이고도 용이한 해결방법으로 든 「데일리」박사(서강대총장)는 상호 협조의 부문을 대학원·학사과정·도서관·공동하기 및 동기학교·교수 교류 등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나흘동안의 대학혁명을 위한 이 국제적 모임이 어떤 실질적 행동으로 나타날 것인지는 문교부나 대학총장들간의 모임 등에서 앞으로 논의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교육 전반에 걸쳐 지적된 문젯점으로 대학이념의 부재, 특성 없고 비합리가 내재된 대학풍토, 대학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협조 체제의 필요성 등은 대학의 최고 책임자들에게 해결을 강요하는 과제로 부각되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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