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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산책] '헤어 스프레이'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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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는 매주 작품별 좌석 점유율이 집계된다. 지난 7월 개막돼 현재까지 좌석 점유율 1백1%를 기록하며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신작 뮤지컬이 있다(1%는 좌석이 없는 14장의 입석 티켓을 말한다). 바로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사진)다. 이 작품은 미국의 괴짜 영화감독 존 워터스의 1988년작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것이다.

60년대 초 미국 동부의 볼티모어 시. 주인공 트레이시는 키 작고 뚱뚱하고 볼품 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장차 댄스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소녀다.

이 작품은 트레이시가 한 지역 TV 방송국의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해 스타가 되는 험난한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당시 젊은 여성들이 무도회장에서 돋보이는 춤을 추기 위해 헤어 스프레이로 머리를 튀겨낸 듯 커다랗게 부풀리는 데서 제목을 따왔다.

'헤어 스프레이'는 6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브로드웨이 관객의 중심 연령대인 중년층에게 큰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음악도 로큰롤.리듬앤블루스 등 그 당시에 유행한 팝음악 스타일로 구성돼 매우 흥겹다. 실제로 삽입곡인 '유 캔트 스톱 더 비트(You can't stop the beat)'는 음악 하나만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원작 영화에서 주인공 트레이시의 어머니 역으로 열연한 전설의 드랙퀸(여장 남자)인 디바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뮤지컬에서도 저음에 거구인 남자 배우 하비 피어스타인이 어머니 역을 맡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재미 차원을 떠나 예술과 우정 앞에선 인종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인종차별이 여전했던 60년대에 트레이시는 다양한 음악과 춤을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서려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세련된 코미디가 주는 드라마적인 완결성, 음반만으로도 어필하는 흥겨움, 시대상을 반영한 교훈적인 메시지가 부담없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올해 토니상 뮤지컬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코미디라는 장르의 성격에 묶여 결말을 너무 쉽게 처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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