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본 선수권 전>
제1차「베를린·올림픽」선발전을 겸한 제1회 전 일본 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평축에서 불평을 토로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대표로 뽑힌 경축의 이봉호나 김경한은 평축 선수에 비하면 좀 떨어지는 수준이었는데 이영민이 같은 연전 계통이라고 싸고 드니까 불평을 했던 것이다.
그랬지만 전 회에서도 밝힌 것처럼 평축 선수로는 경성에 유학 중이던 강기순, 후보였던 김성우을 확보했고 빠져버린 평축선수 대신 연전의 한갑석·고홍관·김인석을 추가로 선발해 일본으로 갔다.
재미있는 것은 주장인 이영민은 그 때 국내의 실업야구대회가 있어서 함께 가지 않았으니 이 일본 원정을 얼마나 우습게 봤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이 경축단은 4개「팀」만이 출전한 이대회의 준결승전에서 관서의 명고옥상고를6-0,결승에서 관동의 문리대를 6-1로 크게 이겨 우승했으니 한마디로 말해 당시의 일본 축구는 보잘 것 없었다 하겠다. 나는 이 대회를 끝내고 일본에 남아 있을 계획이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학교라고는 끝까지 졸업을 하지 못했다.
최성손·김용식·김성태(현 서울대 음대교수)·채금석·차복준 등과 함께 다니던 경신학교는 광주 학생사건이 경성에까지 커졌을 때 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위에 적은 선수들과 함께 집단 퇴학을 당해 졸업장을 못 탔고 연전은 2학년까지 다니다가 일목 체전에 마음이 있어서 그만두었으니 이 기회에 일본에 남아서 체전에나 들어갈까 해서였다.
그러나 배석환 이사가 들어줄리 만무였다. 11월에는 「올림픽」2차 예선이 있으니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면 되지않느냐고 타일렀다. 하는 수 없이 나와 배 이사는 일본에 더 남아 「닉고」(일광) 「아다미」(열해) 등을 실컷 구경하고 돌아왔다.
「베를린·올림픽」의 2차 선발전은 35년 10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일본 동경의 명치신궁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제8회 명치신궁 체육대회 축구 겸 제4회 전 일본 지방대항 선수권대회였는데 여기에다「올림픽」예선 2차 선발전을 겸하도록 한 것이다.
대회성격 자체가 지방대항이니 조선의 대표를 뽑기 위해서는 선발전을 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대회준비 과정에서 신청 마감은 박두하고 미처 선발전을 치를 여가가 없어 조선대표는 제1차「올림픽」예선전에서 우승한 경성군을 중심으로 선발하도록 당시의 조선 축구협회가 결정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조선 대표의 17명 선수단이 결정됐다.
▲GK이혜봉(경축) ▲FB정용수·박규정(이상 경축) 박형렬(평축) ▲HB 김용식·이유형(이상 경축) 윤창선·강기순·박인식(이상 평축) ▲FW이영민·최성손·배종호(이상 경축) 이정현·김성우·이교순·김영근·박제환(이상 평축)
「멤버」가 이쯤 되면 최강이어서 평양군 측에서도 이 발표된 명단에는 불평이 없었다. 그러나 말썽이 또 일어나고 말았다.
1차 예선 때 평양군이 중간에서 떨어져 나간 예도 있고 해서 경성 측에서는 막상 일본에 가서 또 평축 선수들이 출전을 「보이코트」해도 곤란하니 미리「베스트·멤버」를 결정하라고 했다.
평축 선수들은 그들대로 일본에까지 가서 후보로 돌다 오면 망신이니 경성에서「게임」 에 나갈「베스트·멤버」를 발표해 보라고 성화였다.
이쯤 되니 조선 축구 협회서는 11명의 선수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누구누구가 끼었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안 나도 평축 선수들이 불공평하다고 노발대발한 것은 사실이다.
그때 평축선수들은 지금의 다동에 있는 여관에서 묵고 있었는데 날짜는 확실치 않지만 이들은 대표「유니폼」을 갈기갈기 찢고 그중 일부 선수는 너무 억울했는지 술까지 마셔가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렇게 해서 또 경·평 연합「팀」은 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평축 소속 선수 9명 가운데 김성간은 이미 제1차 선발전 때도 경축단과 함께 같이 갔던 터이고 해서 다시 쉽게 합류했고 CF김영근은 뒤로 달래고 얼러서 빼내는데 성공했다. 김영근이 쉽게 경축단에 낄 수 있었던 것은 필자나 김용식·최무간·채금석 등과 경신 학교시절부터 한「그룹」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표 선수단의 꼴이 이쯤 되자 이영민은 우선 제1차 선발전 때 다리가 부러져 후보로 있다가 한동안 활약치 못했던 경축의 채금석을「베스트」에 넣어 우선11명만으로 10월27일 경성역을 출발해 부산을 거쳐 관부 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떠났다. <계속>계속>전>
(575)<제27화>경·평 축구전(20)이혜봉<제자 이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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