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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개발의 길 여는 대륙붕 석유|한·일 해저 석유 자원개발 실무자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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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일 양국은 그 동안 영유권 주장의 중복으로 말썽이 있어 온 제주도 남쪽 대륙붕 지역의 해저 석유자원 공동 개발을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이제 한·일간의 대륙붕 분쟁은 팽팽한 영유권 다툼이란 차원에서 석유 공동개발이란 해결의 길로 발길이 바뀌었다. 두 나라 지도자들은 지난 말 서울에서 열린 한·일 각료회의 기간 중 고위 회담을 통해 공동 개발로 대륙붕 분쟁을 해결하는데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해저 광구로 설정한 7개 광구 중 제5광구와 제7광구는「에카페」조사결과「페르샤」만을 능가하는 석유의 보고로 알려진 곳. 정부는 제5광구를 미국의「칼텍스」계인「텍사코」와 7광구를 미국의「웬델·필립스」사와 70년에 탐사 및 석유개발 협약을 체결해 조사를 끝내고 빠르면 금년 말부터 시추작업에 착수토록 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한·일간에 영유권 주장이 겹치는 분쟁 부분에 대해서는 공동개발을 하더라도 기타지역에서의 시추나 석유 채굴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분쟁지역에 대해 일본과 공동개발을 고려하게 된 것은 한·일간의 분규가 석유 채굴을 늦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봐야한다.
이번 실무자회담은 ①공동 개발 지역의 범위 ②공동개발을 분쟁지역에만 국한할 경우 한국 단독 개발 부분과의 개발「템포」조정문제 ③투자 및 배분 비율 ④이미 개발 협약을 체결한 회사에 대한 보상문제 등에 대한 의견교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막상 석유가 나올 경우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기 때문에 실무협의가 시작됐다해서 손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여러 차례 실무회담과 정치 절충을 거쳐 결국 고위회담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저 석유자원의 공동개발을 통한 실질해결이 대륙붕의 경계를 재 측정하는 궁극적 해결까지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우리 정부는 북해 대륙붕 사건을 판결한 국제사법 재판소가 대륙붕 경계 확정의 한 규칙으로 제시한「영토의 자연 연장 규칙」에 의거, 70년1월1일 해저 광물 자원 개발법을 제정하고 이미 이해 4월 대륙붕의 영유권을 선포했다.
그러나 일본측은 그후 대륙붕의 경계는「사거리 원칙」에 의해야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이 주장하는 등거리 원칙에 의한 대륙붕의 경계는 우리가 이미 지정한 5광구의 일부와 7광구의 많은 부분에서 중복된다. 또 7광구의 남쪽은 자유중국이 소각열도를 기선으로 주장하는 대륙붕 영유론과도 충돌한다.
대륙붕에 관한 국제법의 체계는 완벽한 것이 아니고 생성과정의 법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일반적 규칙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58년에 「제네바」 해양법 회의에서 체결한「대륙붕에 관한 협약」이 있기는 하나 한·일 양국 모두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협약 제6조 2항은 동일 대륙붕이 2개의 인접국 영토에 인접해 있는 경우 대륙붕의 경계는 양국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합의가 없고 또한 특수한 사건에 의해 별도의 경계선이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각국 영해 측정기 선상의 최단거리의 점으로부터 동일거리 원칙을 적응해 경계를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즉 ⓛ관계국간의 합의 ②특수한 사유 ③등거리 기준의 순으로 경계 확정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나 69년2월 국제사법 재판소는 북해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덴마크」와「노르웨이」가 주장한 등거리 원칙에 대해 『경계 획정을 하는데 등거리방법의 사용은 의무적이 아니라』고 배척했다. 오히려 경계획정의 단일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다 기본적인 대륙붕의 귀속개념으로 『육지 영토의 해저로서의 자연적 연장개념』을 제시했다.
따라서 남해안의 경우 일본 구주서 남해안의 해구 한가과 일본의 대륙붕이 단절됐기 때문에 영토의 자연 연장으로서의 대륙붕은 각기 그 해구가 자연적 경계로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리는 대륙붕 협약에 따르더라도 등거리 기준에 우선하는 「특수한 사유」에 해당된다.
그러나 일본은 수심이 2백m를 넘더라도 개발이 가능하면 심도를 따지지 않는 대륙붕 협약 1조의 정신상 해구를 한·일간 대륙붕의 경계로 할 수 없고 등거리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륙붕에 관한 규칙이 통일되지 않은 국제 현실상 한·일간의 주장은 모두 그 나름의 근거가 있다.
다만 대륙붕 선포나 석유 자원조사에 우리가 앞섰고, 이 해역이 자연 연장 개념이 적용될 지형이란 점에서 한국 측이 일단 협상의 고지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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