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이 무색한 당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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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이 지켜본다. 단합하여 전진하자』『국민여망 구현하여 일당독재 견제하자』는 현수막이 덩그러니 걸린 시민회관은 가장「비 단합」된 신민당 분위기를 드러내 현수막이 무색했다.
지구당위원장의 신임장을 제시하고 입장한 진산 계 대의원은「참석확인서」란 것을 만들어 사무국에 제출했는데 이는 4자 회담이 결렬되고 법적 투쟁이 있게 될 때에 대비한 것이라고.
유진산·정해영씨가 낮 12시쯤 입장한 후 고흥문 김영삼 이철승 이중재 신도환 김은하씨 등은 회의장 뒤에서 대회강행 여부를 논의했는데 김영삼 이중재 의원 등은 하루쯤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강행 쪽이 다수 세.
이 강경 론에 따라 진산 계 집안끼리만 모여 일사천리로 당수도 선출했다.
한편 시내 K음식점에 진을 치고있던 당수 파와 비주류에서는 자 파 대의원수를 점검하고 대회에 참석한 4백45명의 대의원 중에는 무자격자가 많다고 단정했다.
26일 상오9시「뉴 서울·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 번째 4자 회담은 유진산씨의 도착이 늦어져 11시가 넘어 겨우 이루어졌다.
미리 나와 기다리던 김대중·양일동·김재광씨(김홍일 당수 대리)는 유씨의 참석이 늦어지고 대회장인 시민회관에 진산계 대의원들이 입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들 흥분.
△김대중=이렇게 되면 우리만 당하는 것 아닌가. 빨리 대회연기에 따른 사무절차에 합의를 하도록 합시다.
△김재광=대회를 하더라도 다 내쫓고 새로 입장시켜야 하겠소.
△김대중=얘기하자 해놓고 대회장을 점령하고 있으니 항복을 요구하는 건가, 협박인가. 난 가야겠소.
△김재광=그래도 좀 더 기다립시다.
△김대중=이 사람 사무총장까지 되더니 이상해진 것 아니오.
△김재광=내일이면 떨어질 별을 또 하나 다니 이상해진 거 아니겠소.
화가 난 양일동 씨는 조금 전까지의 10월 개최에서 김홍일·김대중씨가 주장한 12월 개최로 태도를 바꾸었고, 김대중·양일동·김재광 세 사람이 이를 공동으로 유씨에게 요구키로 행동 통일.
김종필 총리는 25일 하오 중앙청「홀」에서 미국과「캐나다」공연을 위해 곧 떠날 선명 회 합창단 어린이들에게 다과를 베풀었다.
어린이들은『보리밭』『시냇물』등 노래 두 곡을 불러 답례했는데 김 총리는『「비엔나」 합창단보다도 잘 부른다』고 칭찬하고『아무쪼록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오라』고 격려. 어린이들과 한동안 얘기를 나눈 김 총리는『선명 회 합창단이 한나라를 순회 공연하면 그 나라 주재공관이 1년 동안 거두는 외교성과만큼이나 국위를 선양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김 총리는 이들에게 금일봉을 주었고 어린이들은 선명 회 민요 집 음반을 선사했다.
공화당은 26일 남산도서관 앞 새 당사로 이사를 하느라 부산했다.
새 당사는『녹지대의 관리사무소같이 아담하게 하라』는 박정희 총재의 지시에 따라 비교적 시설이 충실하다.
당사 정문 안 벽에는「전 진상」이라는 큰 조각이 장식되고 2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에는 2대의 영사기까지 새로 들어놓았으며 당원들의 오락실·「샤워」실 까지도 모두 갖춰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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