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트로바토레』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베르디」의 전성기에 작곡된 명작「오페라」『일·트로바트레』가 김자경「오페라」단의 제10회 공연작품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10회 공연까지 끌고 온 김자경「오페라」단의 열의와 불굴의 의지에 경의가 앞서지만, 이제는 민간「오페라」운동의 핵심적인 위치와 주도적인 역할을 굳혔다고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번『일·트로바토레』는 무대구성에 새로운 시도나 실험적인 요소는 없었지만, 대체로 전통에 충실한 사실적인 전개를 해주었고, 우선 이 오페라의 주제성을 소화해서「베르디」의 음악이 갖는 풍부한 정감과 아름다운 노래를 청중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노래는 성량이나 음질, 그리고 창법에 있어서 능숙한 면을 보여주어 이「오페라」단의 창 단 목적의 하나인 젊은「오페라」요원의 양성이란 면에서 커다란 몫을 하고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인물성격의 파악과 연기력은 아직 미숙한 면이 엿보이며, 특히 노래에 극성이 약하고 노래를 부를 때 동작이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무대분위기가 경화될뿐더러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이는「루나」백작과 남 주인공「만리코」의 연적끼리의 상반된 성격이 대결하는 경우나, 심리적인 갈등을 갖는 여주인공「레오노라」와의 이중창의 경우도 그렇지만, 상응하는 표정이나 동작에 보다 능동적인 유동성이 있어야한다는 말이 된다. 항시 말썽이 되는 발음이나 억양의 극복은 비교적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보다 명확한 발음이 요구되는 것은 이「오페라」의 도입부에서 과거의「플로트」가 말로 설명됨으로써 극의 동기설정이 된다는 것과,「드라마」의 저변에 흐르는 심리적 갈등이나 줄거리가 서창에 의해 알려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연자는 대체로 주연 쪽보다는 조연 쪽에서 호 연을 보여주었는데 특히「집시」여인 역의 강화자와 정영자의「볼륨」있는 노래가 주목되고 비중 있는 박수길·김정웅·최명용, 관록 있는 김원경, 그리고「뉘앙스」가 적지만 김순경의 노래, 폭이 좁지만 최혜영의 세련된 노래가 좋은 소질을 보여주었다. 정 광은 노래는 무난하지만 연기력이 약하고, 김화용은 동작이 약간 굳기는 하나 능숙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김형주<음악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