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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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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은 가을의 명절 한가위.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을 정성 들여 차려놓고 선조에 대한 차례와 성묘로 1년의 풍요와 평안을 감사 드리는 날. 공휴일이자 평균 섭씨 19도로 성묘에 알맞은 날씨를 보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상가를 철시하고 성묘 객들로 각 묘소가 붐볐다. 그러나 중부·영남지방의 엄청난 수해참화를 입은 수재민들은 장마 뒤처리에 명절도 잊은 듯 우울한 추석을 보내기도 했으며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4대도시에선 햅쌀을 사기 어려워 햅쌀 떡으로 차례를 못 지내는 이가 많았다.
서울에서는 망우리·용미리·벽제리·내곡리 등 4개 공동묘지와 모란·신세계·고려 등 공원 묘지 등에 모두 40여만 명의 성묘 객이 조상들의 묘소를 찾았다.
7만 여기의 묘가 있는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는 이날 상오 7시부터 청량리에서 묘지에 이르는 길에 성묘 객이 탄「택시」「버스」영업용 삼륜차 등으로 줄을 이었고 걸어서 묘지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성묘 객들은 묘지의 잡초를 뽑고 묘지를 다듬은 뒤 햇과일 등을 올렸으며 묘지주위의 잔디밭에 둘러앉아 그리운 사람들을 추모했다.
어린이들은 모처럼의 바깥나들이에 즐겁다는 듯이 뛰놀았고.
일가족 4명이 함께 온 오경응씨(41·서울 동대문구 휘경동311)는『불경기 탓으로 지난해보다 차린 것이 적어 조상께 죄스럽다』고 말했다.

<햅쌀 없어 떡 못 빚어>
경찰은 이날 망우리에 만 3만여 대의 각종 차량과 성묘 객 15만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교통경찰 55명, 헌병 10명, 모범운전사 50여명, 경비경찰 2백 여명을 동원해 교통정리와 성묘 객 안내에 나섰다.
자가용차로 일찍 성묘를 마친 사람들은 곧장 청 평이나 팔당 쪽으로 빠져나가 청명한 가을의 하루를 즐기기도 했다.

<상가·거리>
추석날 아침의 명동·충무로 거리는 평소의 북적거리던 때와는 대조적으로 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간혹 눈에 띌 뿐 거의 한산했다.
상가도 모두 셔터를 내려 휴무했고 일부 잡화점과 식품점 등 조그마한 가계만이 문을 열어 놓았다.
한편 거리에는 간혹 색동 옷을 입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는데 부인 등 세 가족과 함께 선물을 사들고 영등포에 있는 형 집에 간다는 김수보씨(40·중구 저 동l가 20)는 중앙극장에서 30분간이나 택시를 기다리고 있으나 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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