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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라던 색맹치료 가능…신비의 침구술|한의사 권연수씨의 실험성과와 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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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의 설명은 비과학적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실험성과를 비과학적이라고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8명의 색맹환자를 침과 뜸으로 완치시킨 한의사 권연수씨(서울 영등포동 618의78)의 자신만만한 말이다. 20일 그는 현대의학이 불치라고 선언한 선천성 색맹이나 색약이 동양고래의 침구술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4월20일 서울의대 부속병원 안과에서 선천성 적록색맹이라고 진단 받은 영도중학교 1년생 최태근군 등 10명의 학생들을 침과 뜸으로 치료한 결과 치료 1백여일 만에 8명의 학생이 완전히 색을 구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8월1일부터는 고려의대 안과에서 색맹과 색약으로 진단이 내려진 11명의 새로운 환자를 침구술로 치료하기 시작, 모두가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있다고 아울러 발표했다.
그가 치료에 사용한 것은 길이 1치반(약4.5㎝ 굵기 약0.3㎜의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 침과 가로 세로 3㎝ 높이 1㎝ 정도의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뜸뿐이다. 치료방법은 2개의 침을 좌우발목 앞부분의 약간 외측 (도해I의 연수혈 부위) 에 30분간 꽂았다가 뺀 후<도해ⅱ>에 표시된 9군데와 배부 3군데 등 도합 12군데에 약 10분 동안 뜸을 뜨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까 전체 치료시간은 40분 정도. 치료 도중 아프다거나 불편한 점은 조금도 없다고 환자들은 말한다.
침을 꽂는 부위는 그가 독자적으로 발견했다고 해서 그의 이름을 따 연수혈이라고 명명, 작년 4월 일본침구치료학회지에 발표해서 침구학계의 인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연수혈은 고전적인 족양명위경에서 바깥쪽으로 약간 벗어난 부위 즉 발목의 근육인 장모신근과 족지신근 사이에 있다. 그래서 별혈이라고 불린다.
그는 이 연수혈이 색맹과 색약뿐만 아니라 난시·근시·사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혈압·당뇨병·축농증·치질·위산과다·간장질환 등에도 신비스러운 위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많은 자료를 지니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연수혈 치료법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한 그는 연수혈을 임상치료에 응용한 결과 놀랄 정도로 치료범위가 넓고 치유률이 신기할 정도로 높은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8년 전 딸 친구의 축농증을 치료하면서 반응점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된 연수혈이 뜻밖에도 색맹과 색약에 경이스러운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연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고 그의 실험동기를 밝힌다.
66년1월 처음으로 1명의 적록색맹환자의 치료를 시도했으나 30일 동안 치료받다가 환자 자신이 지루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 실패했고 71년2월 치료를 받던 색약환자 역시 짧은 시간 안에 치료성과가 나지 않자 치료를 포기, 그는 그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듯 해서 퍽 실망했으나 동년 11월 계속 치료를 받은 1명의 적록색 약 환자가 치료 40일만에 완전히 치료된 것에 힘입어 계속 임상 실험한 것이 이번에 결정을 본 것이라고 그 동안의 경위를 밝힌다.
색맹이 침구술로 치료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을 비롯, 일본한의사들에 의해 주장되었다. 그래서 일본대판의대 생리학교실연구「팀」은 여러 차례의 실험을 실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했으며 일본안과학회의 의뢰를 받은 동경의대안료 「세끼」 조교수도 문헌에 따라 실험한 결과 침으로 색맹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았으나 색각이상이 개선되는 것만은 틀림없었다고 발표한바있다.
8월14일자 「뉴스위크」지『침, 신비와 기적』 이라는 특집기사에서 중공에서는 침으로 모든 안 질환을 치료하고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한 국내의료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복잡 미묘하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유전학자는 『우리가 지니고있는 유전학의 개념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실험성과이지만, 실제로 내 눈으로 침구술로 색맹이 치료된 것을 확인하고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 말하고 『침의 신비스러운 마력 앞에 현대유전학의 일부가 뒤바뀔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고 실토한다.
한편 모 대학병원의 안과교수는 『침으로 색맹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일본의 문헌은 나도 가지고 있다. 일본 의학자들은 그 결과가 가역적인 것이라고 논평하고 있지만, 어떻든 침으로 색맹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경이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고 색맹이 침구술로 치료될 수 있음을 시인한다. 많은 의학자들이 대체로 관심과 흥미를 보이면서도 애써 믿지 않으려는 인상이다.
사실 선천성 결함인 색맹이 침구술로 치료된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조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현대 유전학의 개념으로 너무나 당연한지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색맹은 <도해ⅲ>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반성렬성유전의 형태를 취하면서 자식에게 유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전으로 전달되는 선천성 색맹이 어떻게 침으로 치료될 수 있는가는 한 유전학자의 표현대로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일 수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숫자가 나와있진 않지만, 우리 나라의 색맹 환자 수는 남자가 약1백만명, 여자가 10만 명쯤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경우, 약2백50만(남녀)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색맹은 황인종이나 흑인종보다 백인에게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색맹인지, 색약인지를 모르고 일생을 지내기 쉽다. 흔히 신체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된다. 색맹이나 색약환자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제약을 받는데, 예를 들면 의대·약대·이공 대에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운전사나 화가도 될 수 없다.
침구술로 색맹을 치료하는데 성공한 권씨는 『치료기일이 3∼4개월로 길긴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치료를 받으면 누구나 색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 장담하면서 『앞으로 연수혈 요법이 보여준 신비스러운 치료성과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현대의학으로 적극 풀어내야 할 것』 이라고 역설한다.
극히 보수적인 국내 의학계의 일각에서도 최근 침구술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있다. 이미 서울대의대 부속병원 안과교실에서는 실험에 착수했으며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수 이명복 박사도 침의연구에 나섰다.
현대의학에 도전하고 있는 동양의 침구를 단순히 신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단계는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침에는 분명 무엇인가가 들어있다』 는 미국의 저명한 심장전문의 「폴·더들리·화이트」박사의 말을 재음미, 우리의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학자들의 자세가 아쉽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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