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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동해안의 해일피해는 뜻밖에 크다. 3백60여척의 선박이 깨지고 2백 채 가까운 집이 휩쓸렸다. 그 피해액만도 수억원이 되는가 보다.
사진을 보면 파도가 아니라 구름이 밀려오는 것 같다. 방파제에 부딪치는 해일의 포말은 하늘로 무려 80m나 솟구쳤다고 한다. 그 파고는 8.41m로 기록되고 있다. 3층 빌딩보다도 높은 파도가 밀어닥친 셈이다. 해안의 주민들은 적이 전표 했을 것이다.
해일은 「쓰나미」(tsunami)라고도 한다. 그 어원은 일본어 진랑에서 비롯했지만, 음역해서 그대로 국제용어가 되었다. 진랑의 진은 항이라는 뜻과 통한다. 따라서 항구주변에 밀어닥치는 파도를 말한다. 일본은 워낙 지진이 빈번한 나라이기 때문에 해일도 잦다. 해저가 흔들리면 당연히 급격한 파도가 일게 마련이다.
「쓰나미」는 그 주요원인이 지진에 있다. 그러나 태풍에 의한 해일도 있다. 일망부제의 해면에 폭풍이 질주하면 파도는 자연히 밀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불안정한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온다. 해안은 수심이 얕다. 따라서 파도는 별안간 그 속도가 줄어든다. 맹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의 상황과 같다. 이런 때엔 파장도 급격히 짧아진다. 따라서 파도는 더 한층 높고 사나와진다. 이처럼 해일은 해안, 특히 항구에서 현저히 나타나며, 그 미치는 영향도 혹심하다.
이제까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일은 1664년3월27일 알래스카의 서남해안「밸디즈」에서 일어났었다. 그 파고는 무려 2백20피트-. 미터로 환산하면 약 73m나 된다. 지상 28층 높이의 빌딩을 연상하면 그 파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해일의 속도는 보통 매시 4백90m이다.
1967년까지의 기록을 보면 BC479년부터 그 해까지 2백86회의 대 해일이 있었다. 2,400년간 그만한 회수밖에 안 된다면 「쓰나미」는 별로 빈번한 현상은 아니다. 그나마 일본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그 대부분이 일어났었다.
이번 동해안의 해일도 일본을 스친 태풍 「헬렌」호의 여파였다. 동해안은 그나마 들쭉날쭉이 덜한 곳이어서 피해도 그것에 머물렀다. 남해와 같은 리아스식 해안이었다면, 그 충격은 대단했을 것이다.
금년은 유난스럽게도 자연의 폭 위에 의해 우리는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과연 그것들이 모두 불가항력의 것이었는지는 더러 회의를 자아낸다. 우리는 자연 앞에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도 같다. 자연은 바로 그것에 충격적인 경고를 주는 해로 1972년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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