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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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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식물은 지구상의 어디에나 있다. 『이남의 「코스모스」가 이북에도 피어 있었다』는 말은 적어도 생물학에선 별 감동이 없다. 너무도 망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식물처럼 덕스러운 생물도 드물다. 인간과는 적대의 관계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식물은 다른 생물로부터 영양물질을 빼앗지 않고 독립해서 스스로 산다. 무기물질을 갖고 혼자 살아갈 능력을 찾는다. 잎사귀의 녹색 엽록소는 공기중의 이산화탄소와 물과 햇빛으로부터 유기물질인 탄수화물을 만든다.
녹색물질이 만든 유기화합물은 다른 생물, 특히 인간이나 동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기초가 된다. 이른바 종속식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사파와 마찬가지로, 엽록식물의 등에 붙어서 먹고사는 기생 족이다.
식물의 수명은 제 각각이다. 몇 시간을 살지 못하는 세균이나 조류와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몇 분」을 수명으로 가진 식물도 있다. 그러나 북미의 침엽수류처럼 4천2백년의 수명을 갖는 종류도 있다. 그 나무의 학명은 Pinusaristota. 4천2백년 전이면 우리에겐 신화시대이다. 그 나무는 신화로부터 현대까지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단기」와 거의 세시를 같이하고 있다. 단군 기원은 「동국통감」에 의해 당력 무신년 (BC 2333년)설에서 비롯되었다.
식물의 크기도 한결같지 않다. 현미경으로나 보아야 할 구상세균이나 조류와 같은 것도 있고, 높이 1백50m에 이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유칼리」나무(Eucalyptus Amygdalina)도 있다. 남반구의 어떤 해조류는 무려 3백m의 길이를 갖는다. 열대성 식물도 일반적으로 장신이어서 2백40m의 신장을 갖는 나무도 있다.
생장온도의 한계점은 식물마다 다르다. 온난지대의 식물은 최저 2∼5도C 내지 최고 약40도C에서 자란다. 열대지방은 최적이 35∼37도C이며, 최고는 50∼55도C에서도 생장한다. 「사우나」욕탕의 온도보다 조금 낮은 상태이다.
한대나 고산지방은 적당한 온도가 18∼20도C이며 영하2∼l도에서도 자란다.
온대지방의 식물은 공중에서 보면 마치 잔잔한 녹색의 호수 같다. 크기도 그만그만하고, 빛깔도 그렇다. 봄, 가을로 그 식물의 색깔이 「하머니」를 이루는 것은 그럴 수 없이 아름답다. 어느 북방에서도 볼 수 없는 대자연의 신비로운 회화이며, 교향악이다.
당국은 전국적으로 보호수의 「센서스」를 실시하고 그 보호를 명령했다. 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 중에는 2천년 묵은 경북 울릉군의 향나무도 들어있다. 난세를 잘도 견디어 낸 나무이다. 한 그루 나무가 귀한 이 강산에 어디 보호수만 보호수인가. 자연 전체의 보호도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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