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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북종파세력 척결하자" RO 조직원 문건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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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통합진보당 이석기(51)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반북 종파세력을 척결하자”는 내용이 적힌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 핵심 조직원 보유 문건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진당 김근래(46·구속)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사무실로 쓴 것으로 알려진 하남시 평생교육원 컴퓨터 외장하드에 들어 있던 문건이다.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작성된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지난 8월 28일 압수수색에서 이를 확보했다. 당시는 통진당이 결성되기 전으로 김 부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다.

 2일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문건에는 “수년간 적 기관(공안기관)이 우리를 침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도발해 왔다. (새누리당으로) 정권이 바뀌어 놈들의 준동이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민주노동당 내에서 대선 패배를 현 집행부에 떠넘기면서 반북소동을 일으키는 종파분자를 척결해야 한다”고 했다.

 문건에는 또 ‘조직’이라는 단어가 10여 차례 등장한다. “적들이 노리는 것은 조직 활동에 대한 근거다. 그래야 법으로 조직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건을 철저히 폐기하고 근거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 등이다. “조직 활동을 방만하게 하거나 무규율적으로 전개할 경우 조직이 적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이 의원 등이 그동안 “RO 조직은 국정원이 날조한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고 해 온 것과 대치되는 대목이다.

 조직의 보안 수칙 및 수사기관 적발 시 행동요령도 나와 있다. “통신·컴퓨터·저장장치 등은 지침에 따라 철저히 없애고 회합 등에서 감시가 의심스러우면 아예 참가하지 말라” “수색에 불응하고 검거되면 철저히 묵비로 일관한 뒤 재판과정에서 모든 투쟁을 전개하라”고 했다.

 한편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내란음모 사건 12차 공판에서는 이 의원의 사당동 자택 압수수색 당시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국정원 수사관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제3자의 참여 없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수사관 이모씨는 “이 의원은 자택에 없었지만 형이 있었다”며 “압수수색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반박했다.

수원=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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