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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거부 총장, 불신임 투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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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방 국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학교 측과 교수회의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최근 교수 다수의 의견에 반해 총장 선거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꾼 학칙 개정은 잘못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서다. 일부 대학에서는 직선제 부활을 거부한 총장에 대한 신임을 묻기로 하는가 하면 직선제 폐지를 전제로 교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고법 행정1부(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부산대 교수회장이 총장을 상대로 낸 학칙 개정 처분 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원이 총장후보를 선출할 권한은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총장 선출 제도에 관한 학칙 개정은 교수의 의견을 제대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대학본부는 지난해 실시된 교수 투표에서 58.4%가 반대했지만 직선제를 폐지하고 관련 학칙을 개정했다. 교수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로 교수 등 10여 명은 총장실을 점거 농성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9월 30일자 16면

부산지법은 지난 5월 1심 판결에서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교수회의가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심의·의결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부산대 정영숙 교무처장은 “1·2심의 판단이 다른 만큼 대법원에 상고해 종합적인 판단을 받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대학 본부와 교수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새 총장 선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직선제 부활을 거부한 총장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추진 중이다. 교수회는 2일 “오는 9~11일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함인석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할 예정”이라며 “구성원의 뜻을 무시하는 총장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올 2월 직선제를 폐지했다. 이에 교수회는 지난 9월 “교수 89.4%가 직선제 부활을 원한다”며 학칙 개정을 요구했으나 대학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투표 결과 총장 불신임 의견이 과반을 차지해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경북대 임상규 교무부처장은 “대학 발전을 위해 직선제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식 교수회 사무처장은 “대학 발전과 대학 구성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학교 운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총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대에서는 직선제 폐지를 재검토하자는 취지의 교수 투표가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직선제 폐지에 문제를 제기한 교수 264명의 서명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북대는 지난해 7월 53.4%의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찬성한 바 있다. 전북대 정항근 부총장은 “직선제를 부활하자는 교수들의 의견이 많이 나와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강경하다. 교육부 박성하 대학정책과 사무관은 “직선제의 폐해가 크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는 만큼,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사업 불이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전국의 국립대에 “실질적인 직선제 개선 규정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2013년도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을 전액 환수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교수 사회가 파벌을 형성하고 향응 접대가 끊이지 않는다며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직선제 폐지를 추진해왔다.

권철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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