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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환점에 선 한·인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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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델리=성병욱 특파원】「뉴델리」는 남북이 외교면에서 각축하는 표본장 같은 곳. 외교정책에서 비동맹 중립을 표방하는 인도는 한국·북한과 모두 영사관계를 맺고있다.
같이 영사관계를 맺으면서도 「뉴델리」총영사관의 개설이나 서울·평양의 인도총영사관 개설에 있어 모두 우리 쪽이 몇 달씩 앞서있다.
그러나 북한은 총영사관뿐 아니라 문화관을 만들어 학생층과의 접촉을 꾀하고 심지어 친공산당계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까지 준다는 소문이 있다.
총영사관 직원도 우리측의 7명에 비해 북한은 명단에 오른 사람만도 27명이고 그 밖의 보조원을 합치면 30명이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북한서도 선전전 벌여>
또 북한은 지금 인도 전국에 1백 개의 우호협회를 만들 목표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선전전을 펴고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친중공·북한정권 같은 폐쇄된 공산주의자들을 싫어하는 언론계의 감정 때문에 기사보다는 광고선전에 치중하고있다. 이곳 언론인의 말로는 대개 건당 광고비가 5만「루피」(약 7천불)에 이른다고 한다.
70년에 1백40회, 작년에 1백여 회의 광고를 인도의 경향 각지신문에 냈다니 막대한 비용이다.
이런 비용을 들여 한 지면에 김일성의 사진을 2, 3장씩 넣어 정치선전을 하고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인도정부의 관리나 지식인들은 우리에게 호의적이다. 그 이유로는 인도의 지식인들이 영국식 교육을 받아 의회민주주의에 젖어있다는 점과 북한측의 촌스러운 접근태도를 우선 들 수 있다.
또 인도는 국내에 공산당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인도의 전통적인 사회구조 때문에 공산주의의 생활에의 침투는 어려우며 공산당 스스로가 사회구조에 맞추어 변모해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이번 김용식 외무장관의 방인을 계기로 우리에 대한 인도조야의 호감과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 같다.
국내외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물리치고 이번 김 장관을 공식 초청한 사실이 이러한 사정을 입증하는 것 같다. 북한도 초청외교를 시도했으나 이렇다할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 인도외교는 인도의 「아시아」 「아프리카」 비동맹 중립국가 가운데 지도적 위치로나 국제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극히 중요하다는 게 김 장관의 지론이다.
좀더 안목을 넓혀보면 인도가 소련 등 공산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면에서 대 공산권외교의 탐색지 내지 중계지로서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미지도 김 장관의 인도방문을 들어 한국정부가 대 소련접촉의 중재를 인도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한 바랬던 「네루」수상>
「캐슈미르」분쟁으로 미국이 67년 군사사절단을 철수한 이래 미묘해졌던 미국·인도관계는 인·「파」전쟁으로 극히 악화했다. 지금 이곳에서는 인도사람들에게 미국을 칭찬하면 뭇매를 맞을 정도의 분위기다. 이러한 시기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지지자로 돌림 받던 우리가 이곳에서 외교적인 실적을 쌓아 가고있다는 사실은 퍽 고무적이다.
인도는 원래 「가능한 지역의 총선거」를 지지해 한국을 탄생시킨 47, 48년의「유엔」한위의장국이다.
특히 「네루」 전 수상은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한 같은 처지의 「아시아」나라라고 해서 우리 나라에 호감을 갖고 비공식 경로로 자신의 방한의사를 전해온 일도 있다. 그러나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서 비동맹 중립을 주창한 인도를 마땅치 않게 여긴 이승만 전대통령은 이를 무시해 버렸다.
이로부터 한국·인도관계는 소원해졌다. 더욱이 인도도 동남아국가간 각종협력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이런 경향이 가속했던 것이다.
60년대에 들어와 우리 외교에서 「굿·프렌드」(좋은 친구)가 아니면 「뱃·펠로」(나쁜 자) 라는 융통성 없는 태도가 시세의 흐름을 타고 변모함에 따라 62년 4월 「뉴델리」에 우리 총영사관이 개설됐다.
현재는 북한이 총영사관을 두었기 때문에 우리로도 외교관계수립을 서두르지 않으나 요즘 같은 한국·인도간의 친밀「템포」로 볼 때 멀지 않아 정식 외교관계 수립이 기대된다.

<무역 역조폭도 좁아져>
우리 나라와 인도는 60년대에 들어서 통상을 시작해 매년 그 폭을 넓혀왔다. 작년에는 인도에 2백5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9백85만「달러」를 수입했으며 금년에는 수출이 6월말 현재 1백78만「달러」, 수입이 5월말 현재 1백57만「달러」에 이른다.
61년부터 시작된 두 나라의 통상은 우리측에 계속 막대한 무역 역조를 보여왔으나 근년에 와 그 폭이 점차 줄고있다.
그동안 대 인도주요수출품은 생사·잠종·중석·요소 및 복합비료·「페로실리콘」·주석·「콘돔」·피복류 등이며, 앞으로 어선 및 어구·의약품·비철금속·흑연·「아크릴」섬유·「비스코스」인견사·「타이어·튜브」의 수출전망이 밝다.
우리의 주요수입품은 화차·철도「레일」·소금·철광석·인모·「망간」·목재 등이었다.
이렇게 양국간의 통상관계가 증진함에 따라 64년에 체결된 무역협정을 대폭 보완 정비하는 무역 및 기술협력증진에 관한 협정이 김 장관의 인도방문 중 매듭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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