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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유치원교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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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평등한 사회를 평등화시킨다는 교육의 기능 면에서 불 때, 유치원교육은 가장 중요한 뜻을 갖는다. 공공교육기관인 국민학교에 입학할 때 어린이들은 벌써 심한 개인차를 갖게 되며, 이의 해소를 위해 많은 교육적 노력을 소모하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누적되어 가는 이 같은 개인차를 줄이고 교육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유치원 교육 내지 조기 교육은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한국에 유치원교육이 들어온 것은 80여 년 전으로 고등교육과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이화여교 사범과에 부속유치원으로 시작된 유치원이 오늘날은 4백84개(71년 현재)에 이르고 취학 아동은 2만2천2백71명에 이른다. 교수의 수도 1천6백60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4백84개의 유치원을 설립별로 보면 기독교 2백50, 천주교 1백, 불교 12, 학교부속 8, 개인 97, 공립 1, 기타 16 등으로 국·공립의 유치원이 없다는 점은 아직도 유치원교육에 대한일반의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문젯점을 안고있다. 우선 종전까지 보모로 불리던 유치원의 교원을 교사로 바꾸어 부르고 엄격한 자격기준을 세웠으나 아직도 40%에 해당하는 3백97명이 무자격자이며 나머지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는 20%, 초급 대학출신이 40% 등이다.
현재 유치원 교사자격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은 이대 학령 전 교육 전공(교육과), 중앙대보육과(이상4년제) 와 2년제의 보육과가 있는 대학은 숭의여전 경희 여초대 계명대 대전 여초대 부산한성여대 이리보육학교 등이 있다. 교양·교직 과목과 함께 전공과목으로 아동문학 음악 율동 공예 그리기 등을 공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어린이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격이라고 반예경 교사(이화유치원)는 말한다.
첫째는 원만한 인간성을 가져야 하고, 둘째는 예능에 능하여 동심 속에 들어가 어린이들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영보씨(숭의여전보육과장) 는 강조한다. 여기에다 어린이의 행동을 세밀히 관찰하고 섬세하게 지도하여 건전한 인격형성에 길잡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윤순애씨(경희 유치원장)의 말이다.
어머니의 대리 역으로 아이를 돌보아주는 탁아소의 보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능을 갖는 데도 일반 부모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해 주지 않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어머니가 데리고 있는 시간을 대신 맡아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음악·미술의 특기교육을 시키는 사람으로 유치원 교사를 취급 할 때 전인적 기초교육은 힘든다는 것이다. 전주에 있는 시립 유치원을 제외하고는 공립의 유치원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조직적인 「커리큘럼」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일반으로부터 이 같은 대우를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대우 면에서도 이것은 큰 영향을 끼친다. 사립만 있기 때문에 운영상의 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모델·커리큘럼」을 위한 연구비를 들이지 못하며 교사의 대우도 낮은 선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좋은 교사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임 봉이 2만5천원(초급대 출신) 에서3만원(대학출신)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의 교육을 맡아서 전인적 영향을 준다는 보람으로 유치원 교육에 투신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도 국민학교 진학 아동의 2·1%에 불과한 어린이만이 유치원교육을 받고 있고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에 더 많은 어린이를 뺏기고 있는 현실은 학교 전 교육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치원교육에 대해국가가 관심을 갖고 시범유치원을 설립, 전반적인 유치원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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