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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 환영 속에 부작용 우려|경제 긴급명령 각계의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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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비상 경제 조처에 대해 경제계는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요하고 앞으로의 은행 금융 지원 강화를 요망했다.
3일 전경련, 대한상의 등은 사채 동결, 은행 금리 인하 등으로 기업의 원가 부담이 경감되나 앞으로 사채 구득이 어려워 기업의 자금 조달에 지장이 많을 것이므로 이를 금융 자금으로 지원해 주도록 요망했다.
상의 등은 금리가 인하되었지만 아직도 국제 금리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므로 좀더 과감히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학계에서는 이번 사채 동결 조처가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를 위배한 것이며 소수의 기업을 위해서 다수의 개인이 희생되는 사태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서는 금리 인하, 사채 동결 등에 의해 자금 수급의 차질 등 여러 부작용을 빚을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며 기업은 경영 합리화를 위한 자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사후 조치 유의해야>
◇김용완씨 (전국 경제인 연합 회장)=사채 양성화 등을 포함한 정부의 긴급조치를 크게 환영한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부는 사후 조치에 유의해야 할 것이며 기업인도 자기 책임을 느끼고 기업 합리화 등을 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채를 준 사람들도 정부의 정책에 협력했으면 한다. 문제는 사채 의존도가 많은 영세업자에 대한 배려가 궁금하다.

<기업의 합리화 절실>
◇박두병씨 (대한상의 회장)=정부의 8·2 긴급조치를 환영한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앞으로 모든 기업의 합리화가 이뤄졌으면 한다.

<자금 수급 제약 우려>
◇변형윤씨 (서울대 상대학장)=그 동안의 정책적 부실을 직시하고 취한 과감한 조치로 환영한다. 이번 조치에 따른 사 금융의 동결은 사채를 중심으로 한 순수한 민간 「사이드」의 자금 수급에 적지 않은 제약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이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신규 사채 구득 곤란>
◇김상겸씨 (연대 교수)=기업에 대한 사채 중압을 덜기 위한 조치로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한 결단으로 볼 수 있으나 부작용은 클 것 같다. 사채 금리 인하로 「코스트」면에서는 유리하겠지만 대신 신규 사채의 구득이 곤란케 되어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리라 본다. 따라서 음성적인 사채 이자는 더욱 비싸질 공산이 크며 그 면에서 오히려 불경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원리 위배>
◇박근창씨 (중대 교수)=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조치로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를 위배한 것이다.
경기를 회복하고 기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기업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지원을 해왔지 않은가? 그런데도 또다시 대중에 주는 영향은 고려치 않고 기업가만을 위한 비상조치를 하는데 대해선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 조치로 저축은 감소되고 따라서 필요한 내자 동원에 차질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숨 돌리게된 기업>
◇이은복씨 (한국 생산성 본부 이사장)=한마디로 의외의 조치다. 이번 조치는 기업 쪽에서 보면 일대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사채의 중압과 고금리에 허덕이던 기업이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사채를 사실상 동결함으로써 기업의 운영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이에 따른 보완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과감한 금융 지원을>
◇박용학씨 (대한 농산 대표)=정말 돌연한 발표였다. 긴급조치의 근본 정신이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인 만큼 환영한다.
그러나 병행된 금리 인하 수출은 보다 과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업인으로서의 염려는 이제 은행 금융 밖에 바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출 산업, 기간 산업 등에 과감한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적절한 조치다>
◇이도영씨 (일신 산업 대표)=적절한 조치다. 문제는 기업체들이 할 수 없이 쓰게된 사채를 이제는 그나마 얻을 수 없는 실정이 된 만큼 금융 지원 대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기업이 사채를 얻지 않고도 건전 운영할 수 있도록 각자 노력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각종 기업의 폐합 등의 기업 정책 강구와 함께 신용 대부도 확대해야할 것이다.

<벌써 했어야 할 일>
◇이상순씨 (원풍 산업 대표)=사채 양성화와 금리 인하 등은 벌써 했어야 될 일이었다. 기업 부실의 원인이 경영 부실보다 고금리에 더 큰 비중이 있었다. 이번 조치와 함께 인하된 대출 금리 등은 그래도 아직 고금리 수준이다. 더욱 과감한 금리 인하가 아쉽다.
이번 조치로 생긴 문젯점은 사채 액수가 많은 사람은 그런 대로 여력이 있어 큰 타격은 없겠지만 공장 직공들이 푼푼이 모은 돈을 그래도 늘려 보겠다고 맡긴 영세 사채권자에 대한 처리가 난처하다. 내 경우는 최저 10만원에서 30만원 안팎의 영세 사채가 많은데 그 처리로 부심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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