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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관광자원 개·보수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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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관광지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낡은 아파트나 건물을 현대감각에 맞게 개·보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관광자원을 최대한 즐기도록 하자는 게 사업의 기본 배경이다. 관광객 유치 확대로 지자체와 주민의 수입을 늘리고 지역 홍보도 꾀하자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서해안·대진(대전∼진주)·중앙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한 데다 올 들어 주 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관광 수요가 크게 늘자 지자체들의 리모델링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 경쟁으로 인한 예산 낭비,환경 훼손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바꾸고 신설하고=내년 이맘때쯤이면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 169호) 주변에선 키가 자그마한 ‘아기동백’들이 붉은 꽃을 피운 채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앙징맞은 모습들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서천군은 다른 동백나무 관광지와 차별화한다는 취지로 1998년 5백여년생 85그루의 동백나무에서 씨를 채취,특수 온실에서 싹을 틔워 길러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 키가 50㎝정도에 달하는 나무가 5천여 그루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올해 기존 숲 주변 2천6백여평의 터에 어린 나무를 모두 심을 예정”이라며 “동백은 3년이 지나면 꽃이 피기 때문에 내년 봄부터는 마량리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백나무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명물이었던 모노레일이 최근 철거됐다. 17만평의 엑스포공원을 한바퀴 도는 이 모노레일은 93년 대전 세계박람회(과학엑스포) 당시만 해도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놀이 시설이었다. 그러나 95년 3월 이후 열차 운행이 중단된 채 전체 레일 2.4㎞ 중 1㎞가 교각과 함께 공중에 남겨져 공원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원(대전시 산하 지방공사) 측은 94년 이후 관람객 수가 계속 줄어들자 최근 공모를 통해 사장을 영입하는 한편 전면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영화 ‘타이타닉’ 제작자인 미국 영하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설립을 추진중인 종합 디지탈 스튜디오를 유치하고 첨단 문화산업단지를 육성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전주동물원(전주시 덕진동)은 민자를 유치,1천평 부지에 파충류관·열대조류관·온실 식물원 등 다른 동물원과 차별화된 관람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전주동물원은 78년 지방에서는 가장 먼저 개장됐으나 지난해 5월 지방 최대 규모의 대전동물원이 개장되면서 관람객 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아산시는 관광객이 계속 줄고 있는 도고온천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욕장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는 것과 함께 도고천 둔치 6천여평에 유채·코스모스 등을 심고 인라인스케이트장도 설치키로 했다.

온천 인근 금산리에는 전통 옹기마을을 조성,관광객들의 체험 코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도고온천은 75년 개장 당시만 해도 동양 4대 유황온천 중 한곳으로 인기를 끌었으나,최근 전국에 온천이 우후죽순처럼 개발되면서 명성이 떨어지고 있다.

동·서해안 해수욕장들 사이에서도 리모델링을 통한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들은 올 여름을 겨냥,최근 대대적인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2001년 말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데다 최근 금강산 육로 관광이 시작되면서 경기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이에 따라 경포대는 젊은층 위주의 해수욕장으로 특화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 44억원을 들여 번지점프장·브레이크댄스장 등을 신설하고,주문진은 펜션과 캐러번 야영시설을 설치,조개·오징어 잡기 등을 통한 가족단위 피서지로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용캠프장을 갖춘 망상은 캠프장 이용객 전용 해수욕장을 만들며,낙산·설악은 해수욕과 함께 인근 낙산사에서 참선(參禪)과 다도(茶道)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사찰문화 체험 피서지’로 가꾼다.

동해안에 맞서 서해안 최대 규모인 대천해수욕장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보령시는 내년까지 40억원을 들여 대천해수욕장 주변에 머드(진흙)체험랜드를 건립하고,남포면 죽도에는 민자 3백52억여원을 유치해 관광호텔·해수풀장·요트장 등을 갖춘 대규모 휴양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신흑동 해안도로변에는 2억7천만원을 들여 올해 안에 갯벌체험장을 만든다. 대천은 70년대 초만 해도 해운대와 함께 국내의 대표적 해수욕장이었으나 75년 동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을 빼앗겨 왔다.

문경새재·속리산 말티고개 등 자연 관광지에도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 확충이 추진되고 있다.

◇부작용 우려도=정선군은 2006년까지 1백83억원을 투입하는 ‘아우라지 관광개발사업계획’을 수립,지난해부터 추진중이다. 아우라지 주변에 아리랑 가사비 공원·주막거리·뗏목자료관 등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적지가 유원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옛 모습을 보존하기를 원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국립공원 계룡산 자락과 안면도관광지에 국내·외 민간자본을 유치,각각 자연사박물관과 위락시설을 짓겠다는 충남도의 계획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최준호·홍창업·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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