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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열차의 안전운행|<김천욱·공학박사 연세대 이공대 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며칠 후 큰아이가 방학을 하게된다. 집안에서 며칠 전부터 여행을 의논했다. 당연히 열차를 타고 가는 「코스」를 생각하고 있다. 「여행」하면 기차여행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에서 기관사들이 부실객차 때문에 안전운행이 걱정된다하여 직접 점검에 나섰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철도기술에서는 전문분야가 있어서 각자 자기의 맡은 임무만 충실히 하면 되는 것인데 오죽하면 운전을 맡은 기관사들이 직접 점검을 하게되었나 생각하니 놀라움과 함께 무서움을 느낀다.
지난 5월 여러 해 만에 경부선을 기차로 여행하면서 매시간 특급열차를 운행하는 철도청의 향상된 「서비스」에 감탄했었다. 우리 나라처럼 굽은 길이 많은 철로는 세계에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길 위로 평균 시속 90㎞의 속력을 내는 기관사들의 운전기술은 높이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운전을 잘하더라도 굽은 철로 위에서 시속 1백40㎞로 달리던 열차가 제동장치의 정비불량으로 굽은 길을 앞에 두고 감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상상하기조차 무서운 일이다.
외국보다 비싼 차량으로 외국보다 싼 요금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최근에 급히 성장하고 있는 고속「버스」나 항공노선과 경쟁을 하여야하니 철도 당국의 고충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철도는 많은 승객을 수송하고 있고 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철도가 안전에 위협을 받으면서 계속 운행하게 된다면 비록 사고가 생기는 일이 없더라도 사회의 공기로서의 철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철도 당국은 영업상의 이유로 현재의 수송능력과 기술의 한계를 무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열차의 정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모든 지혜와 조직을 동원함은 물론 이려니와, 결코 무리한 운행이 없도록 철도 당국의 현명한 운영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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