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조퇴」 틈탄 염제 광폭|7월의 이상 폭서…그 기상 관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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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여름은 예년보다 무덥고 지루한 느낌. 초복날인 지난 18일을 문턱 삼아 전국은 30도선의 더위가 대지를 한증막처럼 찌개 했다.
특히 지난 20일은 강원도 홍천의 37도1분을 비롯, 예년에 드물게 전국을 35도선의 폭서권으로 몰아 넣었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14년만에 35도6분 (20일 하오 3시)을 기록, 동남 아시아 일대의 도시 중에서도 가장 더운 기온을 나타냈다. 그러나 염제는 계속 맹위를 떨칠 모양-.
중앙관상대는 7월말까지 계속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겠다고 예보했다.
예년 같으면 상당히 긴 7월 장마로 한더위 잊을 수도 있었으나 올해에는 일찍 장마가 후퇴하고 높은 기온이 계속돼 더욱 무덥게 느껴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번 더위는 20일이 고비. 이날의 기온은 ▲광주 36도 ▲전주 35도9분 ▲서울 35도6분 ▲춘천 35도9분 ▲청주 35도6분 ▲대전 34도5분 ▲부산 31도6분이었다.
예년 7월20일쯤에는 기껏해야 평균 최고 기온이 ▲서울 30도 ▲강릉 29도 ▲광주 31도 ▲대구 31도 ▲부산 28도였으나 올해에는 5∼6도가 높아 한층 무더위를 느끼게 한 것.
관상대는 이번 더위가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서진 하고 있는 태풍 7호 「리터」호의 접근에 따라 22∼24일까지는 기세가 약간 꺾이겠다고 내다보았으나 그 직후 다시 기온이 상승, 폭서는 계속 되리라고 한다.
예년 8월을 보면 서울의 경우 8월 내내 기온이 30도를 넘다가 하순인 21일부터 30도 이하로 내려가고 강릉·대구·부산·광주 등지는 26∼27일부터나 30도 이하로 떨어지고 줄곧 30도를 넘었던 것을 보면 올 여름 2차로 닥칠 무더위도 8월 하순까지 이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관상대에 의하면 이 같은 7, 8월의 무더위는 매년 우리 나라 여름 기상을 좌우하는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탁월하여 기온이 상승한 때문이라고. 더우기 금년처럼 고기압 연변에 태풍이 발생하면 무더운 기류를 우리 나라에 추켜 밀어 폭서가 된다는 것이다.
고기압이 세력을 미치더라도 강수 일수가 많은 장마가 곁들이면 기온이 평년 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통상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강우량이 적다. 예년 7월 전국적으로 평균 2백∼4백mm, 서울 4백mm의 강우량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20일 현재 서울에 1백mm 정도, 기타 지방 평균 1백50mm의 비가 왔을 뿐이다.
관상대 기록상 7월에 서울을 비롯, 영동·충청·호남 지방의 기온이 높고 8월에는 대구를 비롯한 영서 지방의 기온이 아주 높은 편이어서 폭서권은 8월에 남쪽에 치우친다.
또 예년 최고 기온의 극치를 보면 지금까지 최고 기록의 기온은 1942년8월1일 대구 지방 40도였고 그 다음이 추풍령 39도8분 (39년7월21일), 강릉 39도4분이었고 서울 최고 기록은 38도2분이었다. (별표 참조)
여름 삼복 더위와 더불어 우리 나라의 날씨는 특히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데 통계적으로 우리 나라를 기준으로 본 태풍은 7월에 23%, 8월에 47%, 9월에 27%, 기타 3% 몰아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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