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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물가동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황과 물가동결 조치 속에서 지난 상반기중의 물가동향은 65년 이후 가장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전국도매물가지수는 작년말 대비 7.2%, 서울 소비자물가지수는 8.3%, 수입상품도매물가지수는 7.9%나 상승했다. 도매물가지수가 70년 상반기 중에는 6.1%, 작년 상반기 중에는 4.7%가 올랐고 서울소비자물가지수는 70년 상반기 중에 2.5%, 작년 상반기 중에 2.8%가 올랐던데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템포」를 보였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도매물가 상승률을 연율로 계산하면 14.4%선이 된다.
원론적으로는 경제가 불황상태에 있으니까 물가는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가들마저 반기지 않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실 반영인 것이다.
불황과정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의 저하로 구매력이 계속 감퇴하고 기업은 판매부진이 더욱 심해지므로 결과적으로 요즘의 물가상승은 3자(정부·기업·소비자)가 모두 싫어하는 물가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올해의 물가앙등은 통화량이 별반 늘어나지 않아 오히려 유동성의 핍박을 빚고 있고 소득의 증가로 둔화된 상태에 있는 만큼 「디멘드풀」(초과수요)에 의한 물가고가 아니라「코스트·푸쉬」(원가상승)에 따라 기업이 견디어내기 힘든데서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의 물가상승추세를 요약하면 불황에 따른 판매액의 감퇴와 원가고를 기업은 가격인상방식으로 보전하려했고 정부는 기업의 부실화문제 때문에 가격인상을 방관해 올 수밖에 없는데서 빚어진 결과라고 풀이된다.
올해 들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상을 허용한 요금과 가격은 3.6 물가동결조치이전의 ▲철도화물운송 19% ▲전기료 15% ▲시내버스 33.3% ▲택시 34% ▲시외버스 26.4%였고 「3·6조치」이후에 공산품가격중 현실화가 불가피했던 ▲시멘트 19% ▲설탕 34.9% ▲신문용지 16% ▲면사 20.4%였다.
이 부분적인 가격현실화가 도매물가 지수 상승에 미친 영향은 ▲시멘트 0.4% ▲설탕 0.3% ▲신문용지 0.08% ▲전기료 0.43%등 모두 1.21%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철도화물요금, 「버스」요금, 「택시」요금 등은 도매물가지수산정의 대상품목이 아니므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고 면사는 공장도 가격만 묶여있었을 뿐 시중도매시세는 이미 올라 있었기 때문에 지수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따라서 상반기 도매물가지수 상승률 7.2%중 부분적인 가격현실화가 미친 영향이 1.2%이므로 나머지 6%는 다른 요인에 의해 올라간 셈이 된다.
그래서 정부는 상반기의 물가상승원인을 쌀값에 돌리고 있으나 쌀값 상승이 도매물가지수에 미친 영향은 1.9%였고 서울소비자물가지수에는 상반기 상승률 8.3%중 2.7%에 부과했다.
따라서 정부는 당면한 종합경제시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물가안정에 최우선을 두기로 했으나 석유·석탄 등 「에너지」값 인상과 공산품의 현실화 압력 때문에 안정화시기를 내년부터로 잡고 하반기 중에 일단 모든 물가를 현실화할 예정인 것 같다.
현재 가격인상이 예정된 품목은 정초「에너지」인 석탄(15%), 석유(15%내외) 외에 판유리(20%), 밀가루(인상요청 30%), 비료(15%) 등이 걸려있다.
이밖에 「에너지」값이 일제히 오르면 따라 올라야할 품목들이 상당한 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의 물가상승요인은 상반기보다 더 많아 최소한 올해 도매물가 상승률은 15%를 상회할 것이라고 당국자들도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물가수준을 대폭 올려놓고 내년에는 모든 시책을 동원해서 연간물가상승률을 3∼5% 이내에서 억제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인 것 같다.
물가안정에 동원될 수 있는 정책수단은 환율의 정착화, 금리인하, 산업합리화자금의 방출, 재정팽창의 억제 등으로 집약되고 있다.
그러나 인상된 물가수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균부담이라든지 현재와 같은 기업의 생산·판매활동의 저조 등으로 미뤄보면 물가의 전면적인 현실화는 그 나름대로의 모순과 파급적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년이후에 부담할 상승압력을 올해로 앞당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
따라서 하반기중의 물가현실화와 내년이후의 안정화시책은 물가상승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환율과 금리수준을 조정하기 위한 명분을 찾자는데 더 큰 뜻이 깔려있다고 지적될 수 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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