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리크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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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루트'는 스파이 세계를 다룬 스릴러다. 당연히 화려한 액션과 팽팽한 긴장감이 생명이다. 이 영화는 광고 문구에 '심리 스릴러'라 밝힐 만큼 후자에 집중한다. '007 시리즈'식의 액션극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요 무대는 미국 중앙정보부(CIA)로, CIA의 내부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CIA의 첩보원 양성 과정이 제법 실감나게 그려진다. 종이 한 장 두께의 도청기, 상대방 컴퓨터를 마비시키는 바이러스 등 첨단 장비도 등장한다. 또 폭파.변장.사격 등 각종 스파이 기술이 소개된다. 훈련대원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서로의 의중을 떠보는 대목이 흥미롭다.

백전노장의 첩보원 월터(알 파치노)가 MIT공대를 졸업한 수재 제임스(콜린 파렐)를 CIA로 끌어들여 정예 스파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다. 그 과정에서 각종 모험과 갈등이 펼쳐진다. 제임스와 그의 동기 훈련생인 레일라(브리지드 모이너헌)간의 위태로운 사랑도 첨가된다.

스펙터클한 액션은 없지만 지금껏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CIA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대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캐거나 이를 막는 흔한 스파이 영화와 구분된다.

그런데 후반에 접어들수록 이야기가 꼬인다. 스릴러의 핵심인 지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할리우드 관록파 알 파치노와 신예 스타 콜린 파렐의 대결 구도가 살아있으나 반전의 힘이 그다지 크지 않고, 구성도 정교한 맛이 덜하다. 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다룬 '서틴 데이스(Thirteen Days)'와 미 국방부의 스캔들을 다룬 '노 웨이 아웃(No Way Out)' 등의 정치 스릴러를 연출했던 로저 도널드슨의 신작치곤 맥이 빠지는 편이다.

월터가 제임스에게 한 충고이자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한 "절대 보이는 대로 믿지 마라. 또 아무도 믿지 마라"를 강조한 뜻은 충분히 전달되나 재미는 줄어들었다. 원제 The Recruit.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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