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나왔어도 현실 반영한 답이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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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에 대한 출제 오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원이 유사한 사안에서 ‘현실 상황을 반영한 답이 맞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는 최근 출제 오류 논란과 관련, ‘현실 상황과 다르더라도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정답’이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4부(부장 최주영) 한국방송통신대 재학생 A씨(35·여)가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학점(평점)부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법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지난해 6월 사회보장법 기말시험을 치렀고 한 달여 뒤 낙제 학점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시험 문제 중 일부가 교과서와는 다른 내용을 정답으로 하고 있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가 지적한 20번 문항은 보기 4개 중 ‘현행 젠더폭력 피해자의 복지법에 해당하는 법률의 명칭이 아닌 것’을 고르는 문항이었다. 정답은 ‘①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었다. 이씨는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교과서에 해당 법률 명칭이 젠더폭력 피해자 복지법의 예로 명백히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이 법이 2011년 1월 1일 폐지된 법률이어서 ‘현행’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①번을 정답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시험 문제가 지나칠 정도로 잘못돼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정당한 답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만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의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성호 행정법원 공보관은 “교과서에 기재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을 정답으로 본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수험생은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를 두고 출제 오류를 지적하며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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