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2백명이 질의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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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5일 월간 경제 동향 보고회의가 끝난 뒤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금릉군 복천부락 박봉근씨와 국수로 점심을 나누며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박씨가『나이가 환갑을 지났지만 새마을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일하겠다』고 하자 박대통령은『이북의 김일성은 60세는 청춘이오, 90세가 환갑이라고 한다는데 63세가 무슨 문제냐』면서 『아직도 청춘이란 생각으로 새마을 운동에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된지 하루뒤에 우리나라에 온「그린」 미 국무성 극동 및 태평양 지역담당 차관보는 회담·「리셉션」기자회견으로 바쁘게 체한 24시간을 보냈다.
「닉슨」 미 대통령의 중공방문 후 지난3월, 설명 사절로 우리나라에 왔던 「그린」차관보는 우리 고위 지도자들과 『지난 3월에 뵙고 다시 뵙는다』는 인사로 요담을 시작.
김 외무장관과 1시간 50분간 요담하고 김총리를 방문한 「그린」차관보는『무척 바쁘셔서 자주 오기 어렵다』고 인사하자 김총리는 『아무리 바빠도「그린」차관보 만나 줄 시간이야 없겠느냐』고 응수. 『오늘 국회에 나가 3시간 이상 있었는데 당신은 중공 다녀와 회의에 몇시간 불려나갔느냐』는 김총리의 말에 「그린」은『3시간 반 동안 21명의 의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면서 『한국 국회에는 2백명의 의원이 모두 대기하고 있다니 김총리는 나보다 더 바쁘겠다』고.
○…5일의 국회 본 회의는 반년만의 첫 회의에다 의제조차 남북정치회담이어서「이후락부장」을 「김병욱부장」 (김영삼의원) 이라고 말하는 등 흥분속의 실언이 나오기도.
김종필 총리를 상대로 질문하던 중 신민당의 송원영의원은 이후락부장 출석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안하자 공화당의 김봉환의원이『중진 회담을 주선해서 이부장의 말을 듣기로 하자』는 절충안을 내서 여야가 맞섰다.
신민당 의석에선 『중진은 꼬리표를 붙였느냐』(노승환의원)는 등 반대하는 고함 소리가 나오고 채문식 강근호 박해충 신도환 의원이 잇달아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이부장의 본회의 출석을 주장.
특히 신의원은 『4대 때는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했다』고 설득했지만 장경순 부의장은 『표결에 붙이겠다』 고 선언. 이때 신민당의 김재광 총무가 『정보부장 못 나오게 하는 국회라면 없는게 좋다』는 등 항의를 하자 여·야 의석에서 고함이 오가기도.
○·신민당은 남북회담「쇼크」로 전당대회 연기론이 재 대두.
김홍일 당수는 대회 연기 여부를 거론토록 하기 위해 5일 하오 7시 세종「호텔」에 당직자와 각파중진 모임을 주선했다.
비주류의 홍만균씨가『남북회담 등 중대사태에 대처하기 위해…』라는 이유로 대회연기를 주장하고 진산계의 이민우씨는 『중대 사태이기에 당 정비가 더 시급하다』 는 반론을 제기했는데 김대중 김재광씨 등이 연기를, 고흥문 양일동씨 등이 연기 반대를 했다.
밤 11시 넘어서 까지 계속된 토론에선 최근 여수 발언으로 인한 파벌의 감정대립이 날카로와 서로 소리를 높였는데 김대중씨와 김영삼씨는 지난해 전당대회날의 김영삼 「테러」 사건까지 들춰 내 다투기도 했다.
한편 여수 발언의 조사처리를 맡은 정무회의 의장단은 4일 이중재씨가 제시한 녹음으로 사실 확인을 했으나 중대 시국 아래서의 적절한 정치적 처리방안이 없어 덮어두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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