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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 일본수상의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월5일 일본의 자민당 임시전당대회는 차기 일본수상이 될 자민당 총재에 전중각영씨를 선출했다. 대회는 전중씨와 또 한 사람 수상의 물망에 오르고 있던 복전씨를 놓고 치열한 투표대결 끝에 2차투표에서 전중씨를 과반수 이상으로 선출한 것이다.
전중씨는 당헌에 따라 앞으로 3년 임기의 총재직을 맡게 되는데 그는 6일 정식절차인 의회에서의 수상선거과정을 거쳐 새 내각의 조직에 착수할 것이다.
전후 일본의 정치에 있어서 장기집권의 기록을 남긴 우소씨는 국내외 정세변화의 도전과 당내외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해 수상직에서 자진 용퇴했었다. 그 뒤 후계자 다툼으로 일본 자민당 안에서는 치열한 파쟁이 벌어졌었는데, 반 복전연합의 형성으로 결국 전중씨가 차기 수상직을 맡게 된 것이다.
신임수상 전중씨는 독학력행으로 일본 보수정계에 두각을 나타내, 자민당과 내각의 여러 요직을 역임한 바 있는 입지전 적인 인물이다. 그는 당과 내각의 요직을 두루 맡으면서 좌등정권의 「브레인· 트러스트」역할을 해 온 실력자인데, 대인관계에 모가 나지 않고 시대 감각이 무디지 않는 폭 넓은 정치인이라는 정평을 받아 왔다. 따라서 그가 일본의 차기보수정권의 수반이 된다는 것은 그 화려한 경력이나 무거운 관록으로 보아 역대 수상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국제 권력정치 다극화 경향시대의 각광을 받고 등장하는 전중내각 최대의 과제는 대 중공관계 개선 문제일 것이다. 중공은 일·중공관계 개선작업을 벌이는데 있어서 좌등내각을 노골적으로 기피했고, 정권의 교차를 은연중 부채질 해 왔다. 따라서 전중내각의 등장을 계기로 두 나라는 정부대 정부「베이스」로 관계개선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중공이 화해 접근하여 국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이상 일본이 대중공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만약에 미국과 일본이 대중공 관계의 조속한 개선을 원하는 나머지 서로들 경쟁하는 입장에서 대중공 접근공작을 벌인다면, 바로 그 때문에 미· 일간 동맹관계에는 금이 가고, 중공 주변에 있는 약소국들이 화를 입을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전중내각은 대중공관계 개선을 서두르되, 동 아시아」에 있어서 일본이 지니는 역할과 임무를 깊이 인식하여 좀 더 신중히 움직여 나갈것을 당부하고 싶다.
일본은 대중공 접근을 꾀하는데 있어서 공산측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두개의 한국」 정책 양성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7· 4성명」으로 남북한 사이에는 이제 초보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되었다. 하지만, 남북간의 대립·긴장이 풀리기에는 아직도 전도 요원하다. 일본의 신정권은 이 점을 솔직이 인정하고 그 대공산권 접근정책의 전개가 한국의 이익을 추호도 침해하지 않도록 세밀한 고려를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전중수상은 보수 중도파의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등장이 한·일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촉구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민당내 친한파의 세력이 퇴조해가고 있는 사실 역시 부인치 못할 것이니,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한·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데 무엇인가 새로운 포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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